경찰, ‘무안 뇌물 수수의혹’ 본격 수사
경찰, ‘무안 뇌물 수수의혹’ 본격 수사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2.06.05 14: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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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경찰청, 선거과정 수의계약 뒷돈 수천만원 전달 조사
무안경찰, 군수측근 의심 ‘삼향 임야·현경 부동산’ 본격 수사

6·1지방선거가 끝나자 경찰이 무안군 뇌물수수 의혹과과 군수측근 부동산 차명 의혹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전남경찰청은 선거과정에서 불거졌던 수의계약 댓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오간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또 무안경찰은 본보가 지난해 12월부터 수차례 단독보도했던 무안군 삼향읍 맥포리 일대 임야와 현경면 동산리 일대 등 15억원에 이르는 차명이 의심되는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먼저 이번 선거 막판에 세상에 알려진 무안군과 수의계약 댓가로 H업체가 수천만원을 무안군 간부공무원과 군수측근 등을 통해 선거캠프로 건넸다는 의혹이다.

지난 5월 26일 본보가 단독 보도한 다음날인 27일 오후 4시 제2청계농공단지 H업체 대표는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 담당수사팀에 자진출석해 돈은 건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H업체를 대신해 무안군과 사전협의 또는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이런 과정을 녹취한 뒤 제보했던 돈 전달자 N씨는 한동안 잠적했었다.

하지만 N씨는 지난 3일 오후 전남경찰청에 자진출석해 녹취파일에 담긴 내용 등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뒷돈 증거 뇌관 ‘통화녹취파일’

N씨는 주로 무안군청 K기획실장과 접촉해 전달자 또는 다리역할을 했다.

N씨와 무안군청 K기획실장과 통화에서는 두 사람이 이전부터 수십차례 전화연락을 통해 8억 수의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모해 왔음이 드러난다.

무안군상하수도사업소가 발주한 계약건은 무안군청 세무회계과장과 경리팀장이 담당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K기획실장이 자신의 직무가 아닌 계약업무에 개입한 것은 군수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무안군과 업체 간 다리역할을 하던 N씨와 K실장이 지난 3월 3일 통화에서 군수측근 A씨가 거론된다.

A씨는 삼향읍 맥포리 임야와 현경면 동산리 부동산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이날 N씨와 K실장은 이런 요지로 통화한다. 서로 의견이 일치한다.

“캠프로 가는 돈을 제외하고 A도 자기 경비가 2~3천만원이 있어야 한다. 곧 선거하는데, 그래야 군수도 편할 것이고, 군수를 모신 사람들이 잘해야 한다. 내(N씨)가 중간에서 역할을 하겠다. A한테 K실장 당신이 말해라. 수의계약을 나주나 장성업체로 주면 안된다. 속 보이고 나중에 말 나온다.”

이날 통화내용을 볼 때 K기획실장과 군수측근 A씨는 평상시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함께 무안군상하수도사업소에서는 조달청 의뢰 방식과 장성 또는 나주업체와 계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발주부서인 상하수도사업소와 이견이 있었으며, 이날 통화에서 두 사람은 최모 상하수도사업소장을 좋지 않게 얘기한다.

5일 뒤인 지난 3월 8일 K실장과 N씨는 전화통화에서 이전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다. 전화 녹취음성 파일 주요 부분을 그대로 옮긴다.

N씨: OOO가(상하수도사업소 담당직원) 설계를 다시 정리하고 있구만.

K기획실장: 네. 네.

N씨: 니가 고생한다.

K기획실장: 아이구, 이제 나도 손을 떼야겠다.

N씨: 대전(대전지방조달청)에다 넘겨버리면 (예정금액의) 70%...

K기획실장: 그래서 제가 군수님한테 말씀했다. 그랫더니 (군수님이) 웃으면서 “왜 OO이(상하수도사업소장)는 나 한테 그런 말을 안했나?”라고 말했다. 군수님은 모르더라. 2개를 나눠 대전지방조달청과 광주지방조달청에 의뢰하게 되면 광주는 90%이지만, 대전은 70%로 다운되니, 나눠서 하지 말고 하나로 묶어 광주지방조달청에 의뢰하면 90% 가능하다고 군수님께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군수님이)“그런 말은 (상하수도사업소장이) 나한테 안하더라. 니가 상하수도사업소장에게 말해서 오해 안 살 수 있도록 정리하라”고 하셨다.

N씨: 왜 상하수도사업소장은 그런지. 곧 선거니까. 니 말이 곧 사장(군수) 말이니까. 그렇게 하세. 그게 정석이네.

내가 (계약할 H업체 대표)OO한테 그랬다. 선거 때이니 대전으로 가면 안되니 니가 3%든 5%든 정리를 해줘라. 그래야 (군수측근) A하고도 가깝고..

(리베이트) 10% 갖다줘버리면 (A씨)저는 공심부름 아니냐.

K기획실장: (군수측근) A는 앞으로는 H업체랑 (계약)하기로 말해놨어. 다른 업체 무조건 다 끊어버리고 (H업체가) 관내업체니까.

OO이엔지에서 나하고 (리베이트) 정리를 잘 안한다. 말로만 한다고 해놓고 안한다. 그때 그때 해주면 되는데 안해준다. 1년에 한번씩 하는데, 예를 들어 100원이라고 하면 50원도 안해준다.

N씨: 엊그제 OO형 아들 결혼식 가서 군수님 만나 커피 한잔 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했다.

(K실장) 니가 고생한다. 새벽에도 전화해주고 해서 고맙다.

K기획실장: 다음부터는 (군수측근) A가 알아서 (H업체) 그쪽으로 다 할거다.

 

K실장, 군수에게 전 과정 직접 보고

이날 통화내용에서는 K기획실장이 군수에게 수의계약 전과정에 대해 직접 보고하고, 보고를 받은 군수는 K실장에게 지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또 군수측근 A씨가 앞으로 H업체에게 수의계약을 몰아줄 것이라는 얘기도 오갔다.

K실장은 OO이엔지가 리베이트를 정리 안한다고 불평한다.

이 업체는 무안 제2청계농공단지 H업체와 바로 이웃해 있다.

이전까지는 계약실적이 미미했던 O0이엔지는 김산군수 취임이후 지난 2018년부터 상하수도사업소 등 무안군과 많게는 한 건당 2억원이 넘는 액수로 가로등과 가축분뇨처리시설 물품납품 또는 공사계약을 해 온 업체로 밝혀졌다.

이어 지난 4월 11일 N씨와 H업체 대표와 전화통화.

N씨가 “오늘 K실장과 통화했는데, 일부만 주라고 한다. 지금 캠프에 돈이 말랐다. 우선 오늘 5천만원만 건네줘라. 나머지는 계약하고 바로 줄란다고 얘기해. 15%네 10%네 지금 얘기하겠냐고 말하고”

그러자 H업체 대표는“그래서 5천만원 준비했다”고 말한다.

이날 통화 후 H업체 대표는 군수측근 A씨 지시로 회사를 찾아온 제3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5월 18일 N씨는 K실장에게 전화해 자신의 직접 건네준 돈이 캠프에 전달할 것을 지시한다.

그러자 K실장은 “네, 알겠습니다. 내가 연락해서 그리 가져가라고 할께요”

이처럼 뒷돈이 오간 뒤인 지난 5월 23일 무안군은 H업체와 8억3천700만원에 상수도 사업관련 관급자재 구매계약을 했다.

 

‘계약잔치’ 354억 오룡지구 하수처리장은?

이처럼 상하수도사업 관련 수의계약을 통해 뒷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난다.

그러면 이전에는 투명하게 계약이 진행됐을까?

무안군은 지난 2017년 12월 총사업비 354억원에 달하는 오룡지구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를 시작했다.

김산 군수 취임 전 착공했지만 주요 공사와 물품자재 계약 등 실제 공사추진은 김 군수 재임 때 진행됐다.

김 군수 취임 후인 지난 2019년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오룡지구 공공하수처리시설공사 뿐 만 아니라 무안읍 하수처리장, 마을하수도 정비사업, 삼향농공단지 폐수처리시설, 사교지구 하수관거 정비사업 등 액수가 큰 계약이 있었다.

2개월 동안 해당 사업 용역발주와 관급자재구입, 공사비 등으로 104억원이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이어 2개월 뒤인 2019년 9월 한달 동안 주로 오룡지구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 물품계약을 비롯해 사교지구 하수관거 정비사업 용역비 등 추가로 16억원이 넘는 액수의 계약이 있었다.

 

삼향 맥포·현경 동산리 땅 자금 출처는?

이처럼 무안군 상하수도사업소가 발주하는 대규모 계약이 있은 뒤에 주목할 만한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 사이에 무안군 삼향읍 맥포리 총 6필지 2만5천여평 임야 매매가 이뤄졌다. 매수인들은 3명으로, 총 매입가는 10억원대에 이른다.

부동산등기부만 보더라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3명이 각각 2필지씩 계획적으로 사들인 거액의 부동산 거래였다.

또한 지난 2020년 6월과 7월 사이 무안군 현경면 동산리 목장용지 3필지 3천400여평과 밭 1필지 1천614평 등 총 5천여평의 거래가 이뤄졌다. 매입 가격은 4억원대로 추산되며 삼향 맥포리 임야를 사들인 인물들이다.

무안경찰은 이들이 실제 주인인지, 아니면 차명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이들의 자금출처를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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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동 2022-06-06 16:22:10
목민관을 헌신짝 처럼 버리고 치부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자와 그 측근들은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뉴스인 전남이 정의로운 언론으로 서 있음에 감사하며 사정당국은 두눈 부릎뜨고 주시하고 있는점을 명심하고 부정부패를 발본색원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