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선관위 수사의뢰 내용은 ‘혐의없음’처리 논란
박우량 신안군수가 선거법 상 금지된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정식재판에 넘겨졌다.광주지검목포지청은 17일 박우량(53) 군수를 업무추진비 등으로 출신학교 동창회와 기자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박 군수를 기소한 것은 지난 8월 12일자 본보기사 <신안군,일부 출입기자에 수백만원 돈봉투 돌려>가 나간 뒤 36일만이다.
그러나 검찰이 박 군수를 기소한 내용은 당초 신안군선거관리위원회가 본보 기사를 근거로 수사의뢰했던 대목은 빠져 있어 지역일각에서나 신안군청 안팎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박 군수를 지난 3월 모 고교 동문회에 참석해 업무추진비로 격려금 100만원을 준 것과 4월 18일 신안군 임자면 대광해수욕장에서 열린 튤립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출입기자 3명에게 각각 20만원씩 준 혐의로 기소했다.
총 160만원이 검찰이 기소한 박 군수의 기부행위혐의 전부다.
17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7월 갯벌축제 홍보비 명목으로 군청 출입기자 28명에게 550만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결과 혐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연합뉴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홍보비 명목으로 돈이 전달된 사실은 확인됐지만 축제 대행사로부터 신안군이 돈을 건네받아 전달하는 과정에 군수가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했다"며 "다음 선거까지 약 2년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홍보비를 준 것이 선거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내사 종결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치단체 소속 직원의 행위는 단체장의 의사’라고 명시한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나 법원의 관련사건 판결내용 등을 비춰 봤을 때,법원의 판단에 맡겨 볼만도 했는데도 검찰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제기된 이같은 지적의 근거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수백만원의 돈이 기자들에게 지급됐는데도 최종 결재권자인 군수는 모르고 6급 공무원인 홍보계장이 독자적으로 줬겠느냐는 점이다.
또 하나는 올 갯벌축제 신안군 예산 4억5천만원 중에서 이벤트사로 3억5천만원이 갔고 나머지 1억원은 신안군이 집행했다는 점 때문이다.
축제대행사로 갔던 돈이나 신안군이 집행했던 돈도 당초 신안군 예산이라는 사실 때문에 법정에서 가려질 필요가 있었다는 여론이다.
본지 보도와 관련 지난 9월 2일 언론중재위원회 광주중재부에서 열렸던 신안군이 정정보도를 요구한 심리에서 현직 판사가 중요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언론중재위 광주중재부장인 김병하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목포지원장으로 있었던 지난 2005년 11월 기부행위 위반혐의로 기소됐던 고길호 신안군수에게 1심 벌금 200만원의 유죄를 선고한 장본인이다.
재경신안향우회에 300만원을 후원하는 혐의 등으로 이 형량이 결국 대법원에서 확정돼 고 군수는 중도하차했었다.
김병하 중재부장은 이날 중재위 심리에서 갯벌축제를 진행한 이벤트사에서 준 돈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신안군의 주장에 대해 “이벤트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돈을 받는 기자들 입장에서 신안군이 준 것으로 인식 할 수 밖에 없고 수백만원이라는 적지 않는 돈을 주면서 최종 결재권자 내락없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오히려 반박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판결했던 고길호 신안군수 사례를 직접 언급하면서 “고길호 군수도 끝까지 자신은 모르는 일 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유죄판결이 확정된 것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했었다.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자치단체에서 각종 축제 때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관행적인 돈 봉투는 근절되지 않은 채 법망을 빠져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지난 2006년 9월 28일 대법원는 2005년 추석을 앞두고 공보담당관을 통해 17명의 충주시청 출입기자들에게 총 135만원의 촌지를 돌린 혐의로 기소된 당시 한창희 충북 충주시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했었다.
당사자가 선거법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한 규정에 따라 한창희 시장은 당선무효처리 됐다.
재판부는 "충주시 예산에 편성된 업무추진비에서 예산집행절차를 거쳐 지급됐다고 하더라도 비판적 기사를 사전에 차단해 지지 기반을 조성하거나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돈을 준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대구고법은 경북 모 군수에 대한 선고공판(2006노569 공직선거법위반)에서 ‘업무추진비로 경찰,기자 등에게 촌지를 지급한 것이 공직선거법상의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며 벌금 2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판결문 중에는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선거나 여론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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