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인지, A씨가 지어낸 것인지... 실체적 진실규명 기대
현직 단체장 부인과 국회의원 부인간 공천헌금 거래의혹에 대한 숨은그림찾기는 이제 검찰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선거관리위원회는 본보 지난 17일자 공천헌금 거래의혹 보도와 관련, 24일 A씨를 광주지검목포지청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관위가 고발을 위해 일단 허위사실 유포혐의를 적용했지만 향후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다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전국 정가에 엄청난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는 이번 사건을 시작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시간대별로 되짚어 본다.
A씨, 3월27일 예비후보 모임서 폭탄발언
지난 3월27일 서남권의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은 경선방식에 대한 의견조율을 위해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공동의 경쟁자인 현직 단체장을 제외하고 모인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A씨는 24일 선관위 발표대로 “국회의원 부인과 현직 단체장 부인간 미 달러화가 든 라면상자로 공천헌금이 거래됐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함께 동석한 예비후보 CㆍJ씨에 따르면 A씨는 이 자리에서 다소 흥분된 어조로 지역사회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중량감 있는 한 여인을 국회의원 부인에게 접근하게 해 이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는 것.
그는 그러면서 국회의원 부인은 만난 이 여인이 자신(A씨)과 절친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A씨는 국회의원은 부인은 평소에도 이 여인과 모든 것을 상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말까지 했다.
지난 3월 말쯤 이런 사실을 그 자리에 동석한 한 예비후보로부터 제보를 받은 본보 정거배 기자는 사실확인이 어려워 취재를 미뤄놓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10일 서울에서 한나라당 박성범ㆍ김덕룡 의원 부인들이 구청장 공천신청자로부터 케이크 상자로 미 달러화로 된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사건이 터진다.
A씨, 14일 인터뷰서 구체적인 정황 다시 언급
그러자 정 기자는 시의성이 있다며 취재를 결심하고 지난 14일 A씨를 직접 만나게 된다. 이날 약 50분에 걸쳐 인터뷰가 이루어졌으며, A씨 발언은 최근 지역정가 분위기에 대해 인터뷰의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기자가 재차 지난 3월27일 발언에 대해 취재하겠다고 밝히고 사실여부를 다시 확인하며 질문했다.
그러자 A씨는 “부인(국회의원 부인) 한테 누구를 접촉시켰더니 한 2시간 지켜보니까 다 나와 버리더라. 덩치(북대기라고 표현)를 줄이기 위해 달러로 줬다고 그러는데 나는 거기까진 모르겠고, 덩치를 줄이는 문제 때문에 신경을 상당히 많이 썼던 것 같고, 왜 그러냐며는 액수가 벌써 얼마 하면은 그 엄청난 것을 운반해야 한다는 것은 차떼기와 똑같은 것인데... 액수로 봐서는 옮기기가 대단히 힘들어서 달러로 교환해서... 덩치를 줄이기 위해 그런 것 같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단체장 부인과 국회의원 부인도 만나서 취재 하겠다며 A씨에게 그 여인을 알려주라며 비밀을 지켜 취재하겠다고 말하자 그는 즉답을 하지 않은 채 이어 “서로(단체장과 국회의원)간 그동안 있었던 갈등이 그날인 2월26일과 27일을 깃점으로 해소됐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지난 3월27일 동석한 자리에서 들었던 한 예비후보의 제보에 이어 A씨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기자는 그의 평소 인품으로 볼 때 이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기자는 너무 중요한 사안이라 A씨의 발언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국회의원 부인을 만난 문제의 B모 여인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국회의원 부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3-5명을 취재했으나 B여인을 찾지 못했다.
한 단체장, 보도 나가자 지인 통해 무마시도
지난 17일 오전 ‘부인들간 공천헌금 거래 의혹’ 보도는 나가게 된다. 문제의 B모 여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기사 내용 역시 A씨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특정지역을 거명하지 않은 채 전남 서남권(11개 시군)이라는 표기로 보도했다.
다음날인 18일 인터넷신문 브레이크뉴스는 전날 나간 본보 기사를 참고로 A씨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해당 지역과 당사자들을 독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에 앞서 본보를 통해 보도가 나간 전날인 17일 오후 4시쯤 서남권 한 자치단체 관계자가 전화를 통해 “기사 내용에 책임 질 수 있느냐,단체장님이 고발하겠다고 한다”며 20여분간 강력 항의했다. 그러자 기자는 계속 후속기사를 내보낼 것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날 밤 기자와 절친한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단체장님이 나에게 직접 전화로 요청했다”며 “더 이상 기사화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그런 뒤 다음날 브레이크뉴스 보도가 나가자 모 정당에서 기자를 고발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전날은 서남권 한 자치단체장이 고발한다고 했다가 모 정당이 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전날 전화로 항의했던 자치단체 관계자는 18일 기자에게 “단체장님이 고발한다고 했으나 내가 막았다”는 말을 했다.
해당 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서로 고발문제를 두고 이틀동안 조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지난 18일 오후 모 정당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은 정거배 기자만을 상대로 선관위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러자 이례적으로 19일 오후 중앙선관위 특별조사팀이 내려왔다. 이들은 피고발인 정거배 기자와 다른 장소에서 A씨를 상대로 발언 내용에 대해 사실확인 조사를 했다.
조사팀은 특히 정기자의 허위사실 유포혐의보다는 기사내용에 나온 공천헌금 거래에 대해 초점을 맞춰 조사했다.
A씨 처음 발언 번복, C예비후보에게 발언 부인 진술 부탁
정기자는 취재 경위와 A씨의 거듭된 발언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에 관해 진술을 했다. 그러나 A씨는 처음에는 특별조사팀에게 “정기자가 과장보도했다”며 발언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초 발언날인 지난 3월27일 동석했던 다른 예비후보들도 선관위 조사관들에게 기사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진술을 하자 A씨는 처음 진술을 바꿔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지어서 말했을 뿐”이라고 번복했다.
그러면서 이날 선관위 1차 조사를 마친 A씨는 3월27일 동석한 다른 예비후보였던 C씨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에서 그런 말(부인들간 공천헌금 거래)을 자신에게서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 ‘A씨가 지어낸 것으로 볼 수 없다’ 종합판단
지난 21일까지 A씨를 비롯해 주변인물 등을 대상으로 집중조사를 벌인 중앙선관위 특별조사팀은 A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방침을 최종 굳혔다.
모 정당 사무국장은 당초 정 기자를 고발했지만 선관위 조사를 거치면서 피고발인이 바뀐 것이다. 더구나 실명까지 거명한 브레이크뉴스나 이같은 발언을 한 A씨를 고발하지 않고 익명으로 최초 보도한 정기자 1명을 고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발했던 모 정당 사무국장은 지난 21일 “기사에 언급한 B모여인을 밝히기 위해 고발했을 뿐 ”이라며 핵심에서 비켜간 답변만 했다.
중앙선관위 특별조사팀 관계자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떠도는 소문, 그리고 A씨에 대한 지역내 평판과 인품 등을 종합 판단했을 때 자신이 조작해서 한 말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조사를 통해 A씨가 지어낸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이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A씨가 선관위 조사 때처럼 검찰에서도 자신이 지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게 되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과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발된 정기자에 대해서는 “기사내용이 예비후보들로부터 들었고, 발언 당사자 A씨를 인터뷰해 확인했던 내용에 근거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은 이제 실제로 공천헌금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가 검찰조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여 선거를 앞둔 정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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