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효율성 제고” vs “중앙집권 강화 우려”
지방행정체제 개편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특히 지난 3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행정안전부가 정치권의 논의를 지원할 정부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정부는 ‘도(道) 폐지, 시·군·구의 광역화’를 핵심으로 하는 개편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시·도 폐지’ 논란이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지방행정체제 개편 쟁점과 과제, 그리고 광주·전남의 변화’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도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다. 토론 참가자 대부분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토론자 대부분 '도 폐지'에 반대
발제에 나선 우윤근(전남 광양) 민주당 의원은 “그 동안 누적되어온 지방행정체제의 비효율성이 제거되고 정치적으로는 지역감정을 완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지방의 경쟁력이 강화 될 것”이라며 ‘도 폐지’를 주장했다. 우 의원은 “단순히 국가위임사무만을 위해 도를 존치시켜 광역화한다고 해서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면서 “결국 현재 시스템의 연장으로 지역주의 고착, 효율성 저하 등 악순환이 재연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토론회에서 광양만권을 도시통합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광양만권 통합은 경제자유구역, 즉 여수·순천·광양·하동지역과 배후 도시인 구례·남해를 통합해 지역통합, 경제적 통합의 모델을 제시해 주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면서 “인근 시·군의 통폐합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기존의 시·도 및 시·군·구 경계를 넘어서는 통폐합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순관 순천대 법정학부 교수는 “중앙정부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를 유지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도 폐지와 234개 기초자치단체를 70여개의 통합광역시로 개편하자는 안은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메카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도를 폐지하는 대신 5-7개의 가칭 ‘지방광역행정청’의 장을 정부가 임명하는 안으로 계획될 경우는 더욱 심각한 중앙집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명박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개발구상과 연계되어 이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들의 합의와 동의가 전제돼야한다”면서 “개편 과정이 주민들의 합의 없이 정책적으로 결정해서 발표하고 설득하는 DAD(Decide-Announce-Defend)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인호 조선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결론보다 지역주민의 가치와 선호도를 어떻게 반영하느냐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이명박 정부도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하겠다고 수차례 천명했지만 최근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보면 지방분권의 방향과는 달리 여야 간 정치적 의도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역감정 해소 차원에서 ‘도’ 폐지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행정구역을 60∼70개로 나누면 지역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며 도 폐지를 반대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논의 안 돼”
복문수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구역의 광역화는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자치 규모의 결정에 있어서 ‘효율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민주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도의 존치를 지지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행정구역개편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동현 전남도 행정지원국장도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경쟁력 차원에서 ‘도’는 꼭 필요하다”며 “도를 폐지하기 보다는 연방국가의 주정부와 단일국가의 광역자치단체의 중간 성격의 기능과 권한을 갖는 것이 체제로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승주 목포대 교수는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효율성과 민주성의 테두리에 가눠 놓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효율성과 민주성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도 폐지에 찬성했다.
서정훈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방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행정체제 개편’이 아니라 중앙으로부터 실질적인 정치적 분권과 재정적 분권을 이루는 데 있다”면서 “지방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지방재정 확충 장치를 만들고 중앙-지방간 비현실적 세제개편에 대한 개선방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호권 광주시의회 부의장은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며 “정치권과 정부는 행정체제 개편에 앞서 수도권 규제 해제 정책의 포기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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