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구가톨릭병원 부지 성역화 논란
목포 구가톨릭병원 부지 성역화 논란
  • 정거배 기자
  • 승인 2006.02.20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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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300억 받아 성당 짓기로...의료시설 기대 빗나가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3년 전 폐업한 전남 목포 구 가톨릭병원 자리에 건설업체 후원을 받아 초대형 성당을 짓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광주대교구의 이같은 방침과는 달리 지역사회단체에서는 폐업 전까지 목포가톨릭병원이 의료서비스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한 전남 서남권의 공공의료기관 역할 해 온 점을 들어 대체의료기관 설립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대교구는 20일 오후 목포시 산정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 가톨릭병원 부지 9천300평에 1천500석을 갖춘 대형성당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광주대교구는 새 성당건물 건립비는 지역건설업체인 대주그룹(회장 허재호)이 30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며 일반건물 25층 규모에 달하는 70m 높이의 상징탑을 비롯해 예식장 등 시민편의시설도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올 3월에 착수해 오는 2010년 완공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목포시가 46억원을 투입해 새 성당 건물 주변에 주차장과 노인복지회관 등을 건설하고 주변지역에 도로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천주교광주대교구는 밝혔다.

새 성당이 들어서는 부지를 제외한 남은 토지 1천900평에 목포시가 주차장과 노인복지회관을 조성하고 진입도로 확포장 공사를 할 것이라고 천주교광주대교구는 덧붙였다.

천주교광주대교구가 운영하던 목포가톨릭병원은 지난 2002년 9월 노동조합의 파업 끝에 폐업한 채 건물이 4년째 비어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날 광주대교구가 3년 만에 밝힌 대책은 대체 의료시설이 아닌 대형성당 건립을 골자로 한 이른바 가톨릭 성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3년 전 목포가톨릭병원이 노사대립 끝에 문을 닫자 목포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가톨릭병원 정상화대책위원회에서는 목포시가 운영하는 의료원을 확장이전 할 것을 줄곧 요구해 왔었다.

목포시 대형병원 유치 무산돼


이와함께 목포시에서는 대학부속병원하나 없는 열악한 지역의료서비스 실정을 감안, 대학부속병원 유치를 검토하기도 했었다.

특히 현 정종득 목포시장은 지난해 4월 시장보궐선거 당시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폐업한 가톨릭병원 자리에 서울의 대형병원 유치를 공약했으나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이런 결정으로 결국 백지화 됐다.

광주대교구의 성역화 방침에 대해 가톨릭병원정상화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지역의 한 인사는 “광주ㆍ전남지역에서는 1897년 처음으로 성당이 들어섰던 지역을 가톨릭 성지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말 할 수 없으나 목포시가 예산을 투입해 주차장 조성 등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목포 구도심 지역에 위치한 가톨릭병원 자리에 의료기관이 들어서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 됐다”고 전했다.
정상화대책위원회는 조만간 모임을 갖고 광주대교구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광주대교구측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3년 전 경영난 등으로 병원이 폐업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폐업 당시 독지가가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밝혔다.


특정종교 성역화 사업에 시 예산지원 논란

이 자리에는 특히 지난 2003년 병원부지를 매입하기로 하고 광주대교구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잔금 지급을 못해 계약이 해지된 김 아무개씨 가족이 찾아와 계약금 6억원을 돌려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한편 지난 65년 문을 연 목포가톨릭병원은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재단법인 천주교 광주구 유지대단 소유로, 임금교섭 등 노조의 110일 동안 파업 끝에 지난 2002년 9월 병원측이 폐업결정을 내리고 진료를 중단했었다.

노사 대립 끝에 문을 닫자 실직한 노조원들을 그 후 1년이 넘도록 목포시청 정문에서 병원정상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지역사회단체에서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기도 했었다.

폐업 전까지 일반내과 등 모두 20개 진료과목에 병상 470여개를 갖춘 전남 서남권의 대표적인 병원이었다.

특히 폐업 전까지 목포가톨릭병원을 찾은 진료환자는 연간 16만2000명에 이르고, 병원 종사자도 의사 70여명을 포함해 총 430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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