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했던 ‘참신성’이번에 드러나,대의명분 아닌 줄서기 택해
이번 4·9 목포총선에서 통합민주당 경선에 나섰다가 탈락한 김대중 전 시의장이 무소속 박지원후보 지지를 선언하자,그의 주변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제 정치를 그만 둘 모양”이라고 해석했다.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김대중 전 의장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참신성이었다. 참신하다는 이미지가 개혁성과 연결되면서 그의 정치적 지분을 지탱해 온 자산이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이상열 후보에게 패했다.
당시 여당후보인데다 탄핵 역풍이 전국을 몰아치고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그는 선거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이상열 후보에게 역전패했다.
하지만 참신하다는 외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리더십 등을 둘러싸고 그동안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4년 전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그가 출사표를 던질 때 주변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도 있었다. 주민들이 시장군수선거도 아닌 나라의 국정을 논하는 국회의원을 선택할 때는 인물의 중량감을 따지는 성향 때문이다.
DJ 최측근이며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관선 목포시장과 행정자치부 차관 출신 정영식, KBS 서울 본사 라디오뉴스팀장과 뉴욕특파원 출신의 배종호, 그리고 현직 국회의원인 이상열씨가 그의 경쟁자였었다.
이에 반해 김대중 전 의장의 경력은 교사와 목포시의원이 전부여서 어찌보면 이들 5명 중에서 객관적인 이력면에서도 경쟁력이 가장 약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지난 1월 그는 기자회견에서 박지원씨를 겨냥해 전략공천 배제를 역설하면서 “주민과 당원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경선”을 주장했다.
또 박지원씨와 배종호씨를 염두에 두고 “지역민들은 DJ나 손학규 대표에 기대는 낙하산 정치로 인식해 공천반발과 새로운 분열을 가져 올 수 있다”며 경고까지 했다.
김대중 전 의장은 지난 2월 하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박지원·김홍업씨 등 부정·비리전력자에 대한 공천배제 방침을 확정할 움직임이 전해지자 기자회견을 하게 된다.
그는 2월 29일 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 개헌 저지선 100석이 필요하며 공천심사위의 쇄신공천방안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공천기준에서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영남에서 40%이상을 물갈이 했다“며 "민주당 공천심사위의 확고한 쇄신공천 의지를 적극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천심사위원회의 어떠한 결정과 결과에도 승복할 것이며 모든 결정은 심사위에 맡긴다”는 말까지 했다.
더 나아가 지난 3월3일 목포시의원들이 박지원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하자 그는 이날 오후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의원들의 ‘줄서기 행태’를 비판했다.
민주당 공심위는 부정·비리전력자 공천배제 방침에 따라 박지원씨를 탈락시키고 이어 이상열 현 의원까지 탈락한 3월 중순 이제 정영식,김대중,배종호후보 등 3명만 남게 됐다.
민주당은 다시 여론조사를 거쳐 정영식,배종호 후보로 공천후보군을 좁혔다.이어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민주당은 3월 17일부터 마지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미 탈락한 김대중 후보측은 배종호 후보를 조직적으로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에서 함께 일해 왔던 정영식 후보 대신 배종호 후보를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의혹과 억측도 무성하다.
결국 정영식씨가 민주당 후보로 최종 확정되자 강찬배·임형연·최경신 전 시의원 등 김대중후보 경선을 도왔던 관계자들이 대거 무소속 박지원후보 캠프로 합류했다.심지어 김대중 후보 경선사무실 실무자들도 대부분 박지원후보측으로 말을 갈아탔다.
이미 김대중 전 의장측 지지자들이 박지원쪽으로 올인한 뒤에도 자신은 한동안 침묵을 계속 한 듯했다.
선거가 종반전에 치닫고 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무소속 이상열 후보가 4월5일 단일화를 이루게 된다.
바로 그날 김대중 전 의장은 박지원 지지성명을 공식 발표하고 목포역에서 있었던 이희호 여사 지원유세에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 선거운동에 나선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박지원 지지이유를 “진정한 역사적 통합을 이루고 강한 야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정영식 후보 단일화에 대해 ”원칙도 명분도 없는 단일화는 목포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DJ 죽이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영식 후보측에서 갑자기 민심이 불리해지자 이제는 뜬금없는 세습정치라는 말까지 나왔다”며 “이제껏 DJ팔아먹기를 하다가 동교동의 세습정치를 막는다며 DJ죽이기로 말을 바꾸는 것은 패륜정치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그는 “부모에게 강도질해서 잘살겠다는 것이며 민심을 무시하고 권력만 추종하는 야합은 사라져야한다”며 후보 단일화를 깍아 내렸다.
그는 당시 한달 전까지만 해도 DJ 낙하산 정치를 반대하고 민주당 쇄신공천을 지지할 뿐 아니라 공천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던 그가 DJ의 낙하산 정치 옹호자로 돌변한 것이다.
시의원들의 박지원 지지선언을 부적절한 처사라며 줄서기를 비판했던 그였다.
김대중 전 의장은 통합민주당 후보등록 직 후인 지난 2월25일 한 지역신문과 인터뷰에서 “원칙과 정도를 지키고 정치 외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좌절하거나 흔들리지 않게 했던 힘은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것”이었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또 박지원씨 등을 겨냥해 “기회주의 무능력 부패정치로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하게 했고 국민의 희망을 사라지게 했던 전력을 가진 인사들은 결코 새로운 정치와 목포를 건설할 수 없다며 이제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기까지 했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지역을 볼모로 또 다시 중앙무대에 서겠다는 오판이나 과거의 정치적 향수를 팔아 다시 한번 목포시민을 이용하는 것은 시대적 오판”이라고 못박기까지 했었다.
그랬던 그가 한달만에 박지원 맨으로,철새정치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 그가 어떻게 행동했고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여부를 놓고 판단한다.
그의 정치적 생명력이 참신성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대의명분과 시대정신 등 모든 면에서 그는 정치생명줄을 스스로 끊었다. DJ의 구태정치를 비판했던 그가 동교동의 우산 밑으로 숨어들어갔다
그는 그동안 가져온 대중적 이미지를 스스로 부정하고 내팽게 치면서 총선이라는 정치이벤트 시기에 앞장서서 정당정치를 무력화 시킨 장본인으로 낙인됐다.
지역에서는 온갖 억측과 소문이 무성하기도 하지만 박지원씨 선거를 지원해 준 댓가로 그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다음은 연재기획기사를 마무리하는 에필로그를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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