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수출, 장밋빛 기대는 금물, 중국 음식문화 파악이 먼저

2015년 11월초 중국 리커창 총리가 방한해 가진 한·중정상회담 이후 삼계탕, 쌀, 김치를 중국으로 수출하게 됐다고 기대 섞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김치를 14억 중국인민들이 먹게 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넘친다.
그래서 광주광역시 등 각 지자체마다 대중국 김치수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관건은 과연 한국김치가 중국인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김치는 한국인들이 먹는 한국의 전통식품이다. 튀기고 볶는 즉석요리가 대부분인 중국 음식과는 달리 발효식품인 김치는 한국민들의 식탁 위에서는 없어서 안 될 반찬일 뿐이다.
중국인민들은 김치를 먹는가? 중국인들은 배추를 재배해 각종 요리재료로 사용하지만 한국처럼 김치를 담아 먹지 않는다. 또 데쳐서 배추나물처럼 만들어 반찬으로 먹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대량 소비는 되지 않는다고 봐야 맞다. 물론 중국에도 김치공장도 있어 절임김치까지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김치는 한국민들이 즐기는 반찬이지 대부분 중국인들의 입에는 생소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인 입맛은 익힌 음식에 익숙
그렇다면 중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는 한국김치를 어떻게 홍보하고 그들의 입맛을 공략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중국인들은 ‘백성들이 먹는 것은 하늘로 여긴다’고 한서(漢書)에 기록돼 있을 만큼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뿐 만 아니라 각종 요리도 다양하다. 한국에 들어와 살다가 귀국하는 중국인들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한국서 살면서 불편했던 점이 언어문제 다음으로 먹는 것을 꼽았다. 한국은 음식이 중국처럼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중국요리는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고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다르다. 중국인들이 말하기를 평생 못하는 것이 바로 ‘땅이 너무 넓어서 다 가보지 못하고(走也走不完)’, 음식종류가 너무 많아 평생 ‘ 다 먹어보지 못한다(吃也吃不完)’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도 음식이 많아 식당 메뉴판에 적힌 음식이름만 보고 어떤 음식인지 아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러기에 중국인들은 음식을 주문하는 일을 하나의 학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 역사상 백성들이 홍수나 기근 등으로 굶주리게 되면 천자(황제)를 향해 봉기를 일으켰다.
백성들을 굶기는 천자는 이미 하늘이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먹거리는 단순히 삶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황제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정책이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한 의식주(衣食住)가 아니라 식의주(食衣住)라고 할 정도로 먹는 것에 신경을 쓴다.
한국김치, 무병장수하는 기능성 김치로
중국인들은 음식을 먹는 목적이 우리와 약간 다르다. 우리는 맛있는 것을 첫째로 꼽고 음식을 선택하고 또 먹는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자신의 건강과 장수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주는가를 우선 생각한다.
음식을 보는 관점이 한국인보다는 구체적이고 까다롭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전갈이나 쥐, 자라, 벌레에 이르기 까지 독특하고 희한한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의식동원(衣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의약과 음식은 원래 그 뿌리가 하나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으로 몸을 보신하고 병을 예방, 치료함으로써 장수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중국인들은 바로 불로장생을 음식과 연결시켜 사고하면서 오늘날까지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달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입장에서 14억 중국인민들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 앞에 김치나 삼계탕을 내밀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일단 답이 나온다. 김치와 무병장수를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인이 먹고 있는 김치만 갖고는 일단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김치도 저칼로리에 유산균이 많아 정장작용을 하고 항암효과도 있다.
그러면 중국인들의 입맛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보신과 장수효능을 가진 기능성 김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더구나 한국김치가 중국으로 수출되면 일단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김치에 비해 가격이 2~3배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된 기능성 한국김치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김치의 대중국 수출의 또 하나의 장벽은 위생기준이다. 이번 한중정상회당에서 리커창 총리는 절임채소의 기준을 개정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중국내 고시절차가 진행 중이며 빠른 시일 내 완료해 한국산 김치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시장 공략, 쉽지 않을 듯
그동안 중국 정부는 중국내 절임채소 미생물 기준(100g당 대장균군 30이하)을 한국김치에 적용했기 때문에 수출이 불가능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절임채소 기준 개정(안)은 현행 대장균군 30마리 이하(100g)에서 ‘김치’ 등 비멸균 발효형 제품은 이 기준에서 적용을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식약청은 지난 2010년부터 한·중 식품기준전문가협의회 등을 통해 비가열제품인 한국김치에 가열제품인 중국 절임채소의 미생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줄곧 주장해 왔었다.
중국 정부의 기준 개정은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조치(WTO/SPS) 협정에 따라 WTO 모든 회원국의 의견수렴을 마치고 발효만 남았으며, 한국정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곧 시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도 중국의 김치 위생기준 개정 직후 한국김치 수출이 가능하도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치연구소 등과 함께 국내 김치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준비는 해왔다.
김치수출이 한국입장에서 대중국 내수시장 공략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김치가 중국인민들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찾고 있지 않고 있다는데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현재 연간 김치 생산량이 30만톤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중국내수시장에는 6만톤 정도만 공급될 정도로 시장규모가 작은 실정이다. 중국정부가 김치 등에 대한 수입 규제를 하지 않았던 지난 2010년 한국김치의 대중국 수출량은 38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에는 김치를 보관해 유통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는 중국의 대부분 요리가 김치처럼 보관해 먹는 발효식품이 아닌 튀기고 볶고 삼는 즉석요리 문화이기도 그렇다. 여기에다 중국 주요도시부터 시작해 판매장까지 입점하려면 그 만큼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에 따른 판촉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매년 김치축제를 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경우 ‘광주명품 김치산업화사업단’은 김치수출에 대비해 수출용 소포장 용기를 개발하고 금형을 제작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지난 제22회 광주세계김치축제 기간에는 중국 청도 대표 김치업체인 ‘경복궁’과 흑룡강성 ‘북대황그룹 한미식품’ 관계자를 초청해 15만불 상당의 수출협약을 체결했다.
어찌 됐건 중국정부가 한국김치를 수입개방하기로 했지만 통관 등 규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한국김치는 중국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게 만들어야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중국의 농식품 시장은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연평균 16.1% 가량 성장해 2014년 기준으로 중국 농식품 시장은 1조233억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올해 10월까지 전체 농식품 수출액은 50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1% 감소했지만 중국 농식품 수출액(8억7000만달러)은 오히려 전년 동기대비 6.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수출 비중도 지난 1995년 5.5%에 불과했지만 2005년 10.4%, 2015년 16.0%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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