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 광주방문에 의회일정 연기 요청
박광태 광주시장이 단체장의 직무와 무관한 정치일정을 이유로 광주시의회 시정 질문 일정연기를 요청해 빈축을 사고 있다.
19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제 163회 임시회 시정 질문 일정이 22~25일까지 잡혀있어 모두 7명의 의원이 질의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임시회 개회일인 19일을 이틀 앞두고 시정 질문 일정이 갑자기 24~29일로 연기되고 만 것. 시의회 일정은 연간 계획으로 짜여져 변동사항이 있을 시 운영위를 통해 조정하게끔 돼 있지만 운영위가 따로 열리지는 않았다. 개회일인 19일 오전 운영위가 열리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형식을 갖추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시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일정 조정은 박 시장의 요청으로 대통합민주신당 광주시당 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는 진선기 운영위원장과 강박원 의장 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 질문을 하게 돼 있는 한 의원은 “의사일정이 연기된 것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최소한 미리 상의 정도는 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이번 처사를 못마땅해 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2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전국 시·도의장단 회의에 강박원 의장이 참석하게 된 것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실은 박 시장의 정치일정 참여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참석해야 하는 시정 질문 첫날 공교롭게도 최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정동영 후보가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일정 조정을 시의회 측에 긴급히 요청했다는 것.
당내 경선과정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박 시장이 경선이 끝나고 정 후보가 광주를 첫 방문하는 자리에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될 것을 염려한 까닭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정 후보가 서울 정치일정이 긴해져 광주 방문을 취소하는 바람에 시의 요구를 들어준 시의회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의원들의 동의도 없이 의사일정을 마음대로 바꿀 생각을 하겠느냐”며 “일정이 겹쳐 곤란했던 점은 이해가 가지만 지난 해 행정사무감사거부 사례 등에 이어 시의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의 자세가 부족한 것 같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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