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있어도 큰 도움 안 돼…세무조사 연관설도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전남의 대표 일간지 광주일보가 지난 13일 1면 ‘사고’를 통해 사주인 대주그룹으로부터의 매각설을 공식화하고 시·도민 공모주 모집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지역의 반응이 뜨겁다. 
광주일보는 사고를 통해 “지난 2003년 광주일보의 경영권을 인수한 대주그룹은 광주일보의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광주일보의 경영에서 손을 뗀 뒤 기업 본연의 사명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시·도민 소액주주와 양식있는 중소지역자본에게 경영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광주일보는 이를 위해 이달 말까지 경영개방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0월 말까지 공모주 모집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대주그룹의 광주일보 매각설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나돌기 시작했으며 지난 6월 서울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이후 더욱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먼저 대주그룹이 매각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광주일보를 소유한 3년 9개월 동안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허재호(65) 대주그룹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일보 인수 이후 한 해 50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밝혀 자체 수익구조가 빈약한 언론사 경영이 적잖은 부담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또 금융, 조선 등 무차별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언론환경이 많이 변한 만큼 예전처럼 드러내놓고 사주를 비호하거나 자사를 홍보하는 효과를 통해 기업 이윤추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지난 5월 31일부터 3개월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대주건설을 비롯한 4개 계열사의 특별세무조사에 대해 광주일보가 ‘방패막이’ 역할이 미흡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허 회장이 그 동안 대주그룹의 본사를 서울로 이전할 계획을 밝히는 과정에서 지역기업과 지역언론이 갖는 한계를 동시에 절감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맥을 같이한다.
허 회장은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에 머물러선 굴지의 그룹이 되기 어렵다”며 “앞으로 쌍용건설, 광주은행, 미디어기업 등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동성이 좋고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해 굴지의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이와 별도로 대주그룹과 결별한 광주일보가 공모주 모집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데 대해 언론단체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김기태)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광주일보는 그동안 모기업의 충실한 나팔수를 자청하며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제작을 계속해 오더니 편집권 독립 운운하며 시·도민을 대상으로 공모주 모집에 나서고 있다”며 “참으로 뻔뻔한 태도”라고 쏘아붙였다.
광주전남민언련은 “광주일보는 공모주 모집 전제조건으로 철저한 과거 반성과 거듭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시도민에게 밝히고 다시는 건전하지 못한 자본과 결탁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한호 광주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공모주는 투자가 아닌 헌금의 성격이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광주일보가 이를 잘 활용해 새로운 경영안정화를 꾀한다면 시·도민의 지역언론에 대한 환기, 언론사 통폐합 등 지역언론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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