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농협장들, 폭설피해 속 술판에 공천요구까지
해남 농협장들, 폭설피해 속 술판에 공천요구까지
  • 정거배 기자
  • 승인 2006.01.03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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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의원ㆍ박희현 군수도 초청받아 동석
해남지역농협 조합장들이 폭설 피해가 발생한 와중에 술판을 벌이고 국회의원에게 지방선거 공천까지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저녁 농협해남군지부장 이모씨를 포함한 지역농협조합장들은 해남읍 한정식 집에서 이정일 국회의원과 박희현 해남군수까지 초청한 가운데 모임을 가졌다는 것.

그런데 이 자리에서 P모 조합장이 이정일 의원에게 전남도의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농협 A모 전무를 염두에 두고 “지방선거에 농촌 현실을 잘 아는 농협인을 공천해 달라”고 정식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일부 조합장들은 박수까지 치며 동조했다는 것.

이와 관련 함께 자리에 있었던 이정일 의원 해남사무소 관계자는 “P모 조합장의 요구에 대해 의원님은 즉답을 하지 않고 공천방법은 중앙당에서 확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에 농협조합장들이 회식자리에 국회의원을 초청해 놓고 공천요구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남지역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조합장 등 일행은 1차 한정식 집을 나와 다시 해남군청 인근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 술판을 벌였고, 다시 3차 노래방까지 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정일 의원에게 공천요구 발언을 했던 P모 조합장은 3일 전화통화에서 “술에 취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3차 노래방까지 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2차 술자리에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A모 전무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A모 전무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함께 했던 이정일 의원 사무소 관계자는 “A전무를 2차 술자리에서 봤다”고 말해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정일 의원측과 박희현 군수 비서실 관계자는 “이날 낮 폭설피해 현장을 둘러본 뒤 조합장들이 초청해서 자리에 동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의원과 박군수는 2차 술자리까지만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해남읍 조합장만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고 나머지 조합장 11명은 참석했다.

이날 모임을 주관한 농협군지부 이모 지부장은 이정일 의원과는 인척관계로 평일인 지난해 10월 24일 대구고법에서 있었던 이정일 의원 항소심(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공판에도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부장은 “농협 서울본부에 보고하고 농정현안과 관련 이 의원을 만나기 위해 그날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갔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A모 전무도 이의원 공판 당일 해남에서 대구까지 가서 방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A모 전무는 “이 의원을 만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재판 결과를 예상하기 위해 간 것”이라며 “휴가원을 제출하고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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