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박지원, 그가 민주당 유니폼을 안입는 이유
[해남] 박지원, 그가 민주당 유니폼을 안입는 이유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4.02.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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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제22대 총선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 지역민들은 만나고 있지만 여전히 평상복 차림이다.

이를 두고 당연히 지역에서는 갖가지 억측이 나온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경선에 뛰어든 후보들은 누가 묻지 않아도 한결같이 소속당을 상징하는 청색 복장이다. 국민의 힘 예비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로 붉은색 복장을 한다.

그러면 박지원은 왜 민주당 옷을 입지 않을까?

 

박지원, 탄착점을 계산하는 정치인


박지원은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정치인이다. 그가 얻은 ‘정치 9단’ 별명에는 긍정과 부정적 이미지가 혼재돼 있다.

여기에 ‘자기 정치’에 치중하는 스타일이다. 각종 인터뷰 등 방송에 출연해서 하는 그의 발언은 굉장히 전략적이다.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즉 총구를 떠난 탄두의 탄착점을 어디로 정할 것인지를 미리 치밀하게 계산하고 발언한다. 당연히 자신의 손익계산은 사전에 하고 말을 던진다.

덧붙이자면 언론을 요리할 줄 안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언론사에서 기사 제목으로 달 수 있도록 사전에 정제하고 압축해서 던진다.

그러기에 전장터와 같은 이 나라 정치판에서 ‘무형의 정치적 지분’을 갖고 있는 정치인인지도 모른다.

 

‘관 뚜껑 덮을 때까지 정치할 사람‘


80세가 넘은 고령의 그가 해남·완도·진도에 출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박지원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한결같이 ‘관 뚜껑 덮을 때까지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치는 자신의 삶이자 방어벽이다. 정치인의 꽃은 국회의원 뱃지를 다는 것임을 너무 잘 아는 박지원이다. 국회만 입성한다면 자신의 사법 리스크인 국정원장 시절 있었던 서해 공무원 월북 사건이나 채용비리 혐의 등에 대해 비교적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

그러기에 ‘올드보이’ 다선 의원에 고령의 나이임에도 그는 출마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의 출마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박지원, 목포에서의 12년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전국구 후보가 돼 국회의원이 됐다. 그 뒤에는 대북송금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다. SK와 금호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거를 앞두고 당시 통합민주당은 박지원을 공천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러자 그는 목포로 내려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목포는 박지원과 고등학교를 다닌 인연 밖에는 없다.

당시 통합민주당은 DJ정부 시절 행안부 차관과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낸 정영식씨를 목포 후보로 공천했다.

선거전이 본격 시작돼자 무소속 박지원은 통합민주당 소속 목포시장의 은밀한 지원과 같은 당 목포시의원, 전남도의원들을 모조리 끌여들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속 정당 당원자격을 유지한 채 대놓고 무소속 박지원 지지선언과 당선운동에 나섰다. 공당이 아니라 콩가루 당이 됐다.

박지원은 당선됐고 6개월도 안돼 민주당은 그를 복당시켰다.

그리고 박지원은 지난 2020년까지 목포에서 내리 3선을 했다. 12년 동안 또 다른 당을 갈아탔다. 2016년 제20대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자신을 추종하는 목포 지방의원들을 몰고 민주당을 탈당해 문재인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결국 박지원은 안철수의 국민의 당에 합류, 당선됐다.

  

박지원의 악몽 ‘컷 오프’ 무소속 출마

 

어쩌면 자신의 생애 마지막 선거가 될지도 모를 2024총선에 출마했다. “그동안 국가를 위해 일했는데, 이제 마지막 고향을 위해 일하겠다”

정치 9단 박지원다운 출마의 변이다.

고향 주민들로부터 최고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치밀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가 잠못 이루는 고민거리는 바로 2008년 총선과 같은 ‘악몽’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독주하고 있기는 하나 고령의 박지원에게 ‘컷 오프’ ‘공천배제’는 악몽같은 시나리오다.

무소속으로 가게 되면 노구를 이끌고 해남·완도·진도 광활한 섬 등 흩어져 사는 유권자들을 만나야 한다. 민주당 후보와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고령의 그가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자주 건재를 과시하곤 한다. 그의 <페이스 북>에는 산책하는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올라온다.

박지원은 여야를 초월한 ‘정치인 박지원’ 또는 ‘정치 거물 박지원‘으로 각인되기를 바란다.

섣불리 ’민주당 박지원‘으로 대중에게 인식의 프레임을 각인시킬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고 컷 오프 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민주당 박지원‘은 득표전략면에서 손실이 많다.

그러기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박지원은 민주당 옷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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