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박홍률 당선자, 들려오는 불길한 징조들

목포시장직 인수위, 퇴직자 ‘올드보이들의 귀환’ ‘오락가락 경력’ 김삼열 인수위원장 민선 8기 정책ㆍ비전 제시 의문

2022-06-08     정거배 기자

박홍률 목포시장 당선자는 지난 2018년 현직시장이었지만 민주당 김종식 후보에게 290여표 차로 석패했었다.

그러기에 이번 박홍률의 당선은 지난 4년 간의 본인 와신상담(臥薪嘗膽) 결과이도 하다.

6·1 지방선거 전국 개표 결과에서 보듯, ‘반성없는 민주당 심판과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국민 정서가 반영됐다.

목포시장 선거는 당초 박빙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개표결과 20% 격차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박홍률은 ‘민주당 심판’이라는 유권자 정서에 상대 김종식 후보의 악재가 큰 격차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고 본다. 

 

김종식의 패배, 부인+김원이+민주당 악재

‘김종식 시장에 대한 안좋은 여론’은 4년 동안 진행형이었다. 노인 취미활동비 10만원 공약이 김종식 당선의 호재였다. 하지만 호재가 당선 뒤에는 내내 악재가 됐다.

여기에 올 1월 터진 김 시장 부인의 ‘새우 15박스와 100만원’ 사건은 안좋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또 김원이 국회의원 보좌관의 성비위 사건과 당원명부 유출 사건이 악재를 추가했다.

목포시민들은 리스크가 차고 넘치는 김종식을 공천한 김원이 국회의원을 심판해야 한다고 봤다.

추가하자면 공천에서 탈락한 기초·광역의회 출마자들은 김원이에 대한 원망과 비난에 거품을 물었다.

만약 민주당과 김원이가 김종식 카드를 폐기하고 개혁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강성휘를 공천했다면 선거결과는 다를 수 있었다.

실제로 무소속 현직 단체장과 박빙 승부를 폈던 장성과 나주에서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당선자 2명 모두 자치단체장 선거는 처음 도전한 인물들이다.

그러기에 이번 목포시장 선거는 운동경기로 말하면, 박홍률의 자력이기보다는 상대의 실책과 반칙이 승부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반사이익에 따른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분석은 선거기간 발표된 여론조사 추이를 들여다보면 확인된다.

더구나 박홍률은 선거기간 목포를 미래 어떤 도시로 만들겠다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책과 비전이 없다보니 '청년이 돌아오는 목포'라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구호만 있었다. 과거 전남도의 구호를 베낀 거 아닌가.

대신 '케이블카 경제시장, 대양산단, 해경 정비창' 등 과거완료형 텍스트만 나열하며 표를 달라고 했다.

그러다가 선거 막판에는 생뚱맞게도 중국 자본 1조원 유치 공약을 내걸었다. 

 

목포시장 인수위, 박홍률 선거캠프 축소판

현행 법규에는 지방선거 이후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치단체장 인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후임 단체장의 정책기조 설정 준비 등을 위한 한시 기구다.

박홍률 인수위는 발표 전부터 안좋은 말들이 흘러나왔다.

인수위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선거캠프 안에서 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도 아닌 소도시 시장인수위 진입을 놓고 내부 경쟁을 벌인 것도 코메디 수준이다.

6월 8일 박홍률 당선자가 위촉한 15명의 목포시장직인수위원회 명단이 발표됐다.

이들의 면면은 대부분 박홍률 선거캠프 인사들이다. ‘박홍률 선거캠프가 인수위원회로 이름만 바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나머지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청년과 여성 소수를 포함시켰다.

인수위원 총 15명 중 9명이 목포시청 공무원 출신 등 공직에 근무했던 퇴직자들이다.

한마디로 ‘올드보이들의 인수위원회’다. 공직 퇴직자 출신 위원 9명 중 4명이 목포시청 퇴직자들이다. 유영진 부위원장은 신안군 공무원으로 있다가 정년 퇴직했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유영진은 박홍률의 친구라는 인연으로 선거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직 인수위원장 ‘영예’ 김삼열의 행보

목포지방해양수산청장 출신 김삼열 인수위원장은 더욱 가관이다.

해수청장 시절부터 목포시장 자리에 관심이 많았다. 정년 퇴직 후 이명박 정부시절 새누리당 목포지역위원회에 감투를 쓰기도 했었다.

특히, 김삼열은 4년 전 목포시장선거 때 김종식 당선을 위해 길거리에서 사자후를 토해 냈던 인물이다.

김종식을 위해 거리유세까지 하며 헌신(?)했던 그가 어느날부터 ‘김종식 저격수’로 돌변했다. 그러더니 이번에 박홍률 당선을 위해 헌신했다. 그 이유는 미스테리다.

김삼열은 4년 전 김종식 당선자 기획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드라마틱하게도 이번에 다시 박홍률 당선자 인수위원장을 맡은 영예(?)를 거머줬다.

또 인수위원에 이름을 올린 최영재, 윤인영, 신현청, 백성숙은 목포시청 간부를 지낸 퇴직자들이다.

교사출신 퇴직자 구신서는 4년 전 전남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예선에서 장석웅에게 패했다. 장석웅이 당선되자 도교육감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나중에 전남도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목포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냈던 김종익 역시 지난 2010년 목포시장 선거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 후 목포를 떠난 올드보이다.

이처럼 박홍률목포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올드보이들의 집합체다. 베이비 붐 세대인 6.25 전쟁 후부터 1960년대 초반에 출생했던 인물들이다. 농경시대에 세상에 나와 컴퓨터도 없던 1970년대였다. 현대화 이전인 근대화가 국가통치 이념이던 시대, 새마을 운동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들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홍률 당선자는 “목포시 행정을 아는 경험있는 인물들이 인수인계를 받은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박이 설득력을 갖추려면 위원들을 선택할 때 편중이 아닌 안배가 있어야 했다.

대한민국를 대표하는 ICT기업 네이버가 있다. 2021년 한해 매출액은 6조7천억원이다. 네이버 사장은 올해 41세 여성이다.

갓 취임한 40대 여성 사장의 아이디어가 일주일 3일 출근정책이었다. 한달에 총 12일만 사무실로 출근한다. 사무실에는 개인 책상이 아닌 공유 테이블이 배치됐다. 나머지 시간은 각자 현장에서 회사 업무시스템에 접속해 사무를 처리한다.

시대변화에 맞춰 트렌드도 변한다. 그런 시대에 적응하고 개척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선택할 때 심사숙고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시대변화에 맞춰 정책기조를 혁신하고 발상의 대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적합한 사람을 배치해야 한다.

목포시장직인수위는 활동 후 의무적으로 백서를 발간하게 돼 있다.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민선 8기 목포의 미래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지 말이다.  

 

목포시청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문

선거 후 목포시청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전언은 더욱 기가 차게 한다.

승진 서열에 들어간 몇몇 공무원들에게 전화가 온다고 한다. 박홍률 캠프에서 일했던 퇴직한 ‘선배 공무원’들의 안부전화가 늘었다.

‘승진하려면 나한테 부탁해라’는 요지이다. 올드보이 ‘박핵관’들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시내 곳곳에 붙여진 박홍률의 당선사례 현수막에는 ‘위대한 목포시민들의 승리’라고 적혀 있다. 의도적으로 불특정 다수 시민들을 호명한다. 전적으로 동의하기엔 불편하다.

박홍률을 찍지 않은 40%에 가까운 시민들이 있지 않는가. 그들은 위대하지 못한 패배자들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는 ‘위대한 올드보이들의 승리’가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장면이 있다.

4년 전, 박홍률의 낙선과 김종식의 당선으로 한직으로 내몰렸던 공무원들이 있다.

몇몇 박홍률의 공무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치행정과장, 회계과장 등등...요직 부서장을 달라고 한다는 소문이다. 자신의 업무능력과 평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이다.

여기에 박홍률 캠프를 들락달락하며 눈도장을 찍었던 몇몇 기자들도 있다.

그들이 앞으로 목포시와 시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박홍률-김종식 선거캠프 상반된 분위기

사전투표가 끝난 직후 지난 5월 30일 낮 시간대 김종식·박홍률 선거캠프를 처음으로 가봤다.

비슷한 시간대, 넓은 김종식 선거사무실에는 고작 8명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반대로 박홍률 선거캠프는 축제장이자 대형 연회장 같았다. 족히 100명은 넘은 사람들이 원탁테이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거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걸까. 사전투표 무용담을 나누고 있는 걸까. 축구경기로 말하자면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준비해야 할 선수들 같지 않았다.

박홍률의 당선을 돕는다면 선거사무실에서 눈도장을 찍을게 아니라 유권자 한명이라도 더 만나야 하지 않는가.

선거는 끝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박홍률과 김종식 양측 모두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특히 ‘홍모 여인’ 사건으로 박홍률의 부인 정향숙 여사도 목포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2년 있으면 목포시장 보궐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선거는 상대가 있기에 그렇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박홍률 시장당선자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시민여론을 동력으로 삼아 초심을 잃지 않고 시장직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또한 선거 기간에 제시하지 못한 '목포를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지 미래 목포의 청사진을 부디 제시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