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동교동계[절찬 상영 중-종영 드라마] 결투
동교동 가신들 때 아닌 하의도행 계기,정치권 논란 확산
2009-11-11 정거배 기자
같은날 신안 하의도가 아닌 광주 전남대 초청강연에 나선 박지원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교동계 이름으로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고 했고 나는 그 뜻을 따르고 있다"고 말해 동교동계의 하의도행에 대해 정면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서거한 DJ를 두고 세대결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DJ 관련 특별한 행사나 추모일정이 없는데도 동교동계 인사들이 결집해 DJ고향을 찾은 것은 분명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치인들이 패거리로 움직이는 것은 나중 결과를 보면 당초부터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한 동교동계 인사들은 권노갑 전 고문을 비롯해 한화갑,한광옥, 김옥두, 최재승,한영애,설훈,장성민 전 의원 등 120여명이다.여기에 DJ의 차남인 김홍업씨까지 동행했다.
특히 김홍업씨는 한화갑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무안신안 보궐선거 출마선언에 앞서 지난 2007년 3월 12일 하의도를 방문한 바 있다.
이들의 갑작스런 하의도행은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과 지난 10월 재보선 선거결과에서 나타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 등 정국분위기와 오버랩 되면서 DJ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세력화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3년 뒤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시발점으로 한 정치권의 대지각 변동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탈당해 광주에서 무소속 출마했던 한화갑씨는 지난 9월 민주당에 고문으로 복당한 상태다. 작년 총선 당시 한화갑씨는 당초 목포출마를 고집 했으나 DJ가 박지원의원으로 정리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박지원의원과 동교동계가 멀어지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동교동계에서는 자신들이 DJ와 40여년 동안 고락을 함께 한 이른바 ‘원조 동교동계’이고 박지원의원은 지난 90년대 합류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의 동지’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음식점에서 주재할 예정인 동교동-상도동계 만찬에도 박지원의원을 제외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와 관련 ‘최근 동교동계 내부에서 김홍업 전 의원의 정치 재개 필요성과 함께 박의원이 목포 지역구를 양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거론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교동계 인사들의 하의도행에 박지원의원(목포)이 빠진 것을 두고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박의원을 일컬어 ‘왕따’ ‘미운 오리새끼’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박의원은 같은 시각인 10일 오후 전남대에서 비전한반도포럼이 주최한 초청강연에 참석했다.
이날 박의원 강연내용의 핵심도 DJ의 정치철학 등에 관한 것이었다.
박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퇴임 때도 동교동계가 민주당과 대통령 당선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이제는 개인적으로 정치를 잘해서 국민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했다"며 하의도에 간 동교동계를 향해 쐐기를 박는 듯한 의미있는 말을 했다.
또 지난 11월 2일 시사주간지 <시사 인>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박지원의원은 전북을 제외하고 전남 28.7%,광주 19.5%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정동영,박주선 순으로 응답했고 한화갑,권노갑씨 등 동교동계 가신그룹은 아예 순위 안에 들지도 않았다.
물론 이런 조사결과는 박지원의원이 DJ 서거정국에서 언론에 노출된 빈도가 많았던 점과 천성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의정활동 등 현직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지역구인 목포에서는 박지원의원과 동교동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목포시민들은 20여년 동안 권노갑-김홍일ㆍ한화갑으로 이어지는 동교동계의 모습을 지역유권자 입장에서 가깝게 지켜 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민주당에 복당한 박의원은 ‘금귀월래(金歸月來)’할 정도로 지역구 챙기기에 적극적이다.금요일에는 내려와 지역구에 머물며 각종 행사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나고 월요일에는 상경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사 인>조사결과처럼 목포지역 주민들도 박지원의원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런 시각은 그가 현직 국회의원이고 DJ서거 정국에서 비춰진 DJ 상속자라는 이미지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동교동계 주류들이 지역정치판을 장기간 독점하면서 보여줬던 부정적인 모습을 목포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런 것과 대비되는 박의원의 ‘과거 그들과는 다른 정치인‘이라는 차별화된 모습이 목포시민들에게는 참신한 인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교동계의 하의도행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목포시민 A(50)씨는 “저무는 해를 중천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냉소했다.
차남 김홍업씨의 정치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하다. 지역정치권에 몸 담고 있는 S씨(45)는 “지역민들이 갖고 있는 DJ 향수를 이용해 더 이상 아버지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는 “지역민들을 볼모로 이미 고인이 된 DJ를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반드시 정치를 하겠다면 서울 한복판에서 하라”고 덧붙였다.
목포가 마치 동교동계 밥상처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한 반응이다.
B(56)씨는 “과거 선거 때마다 동교동 가신그룹에게 몰표를 준 이유는 DJ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열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그런 과정이 끝나고 한 시대가 마감된 상황에서 그들이 나서는 것은 시대흐름과 지역정서를 오판한 ‘착시현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