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도 부인들간 거액 공천헌금 거래 의혹

지난 2월 현직 단체장 부인이 국회의원 부인에게 라면상자로

2006-04-17     정거배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박성범ㆍ김덕룡 의원 부인들이 공천 희망자 부인들로부터 거액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 서남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의혹의 핵심은 서울의 박ㆍ김 의원 부인과 마찬가지로 지역출신 모 정당 국회의원 부인과 재선에 뛰어든 현직 단체장 부인간에 은밀한 거래였으며, 공천헌금 액수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 미 달러화로 거래됐고 정확한 날짜까지 언급되고 있다.

더구나 서울의 두 의원 부인들은 케이크 상자로 돈을 전달받은 반면, 지역에서는 그 보다 부피가 큰 라면상자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국회의원 부인의 고해성사(?)

이같은 의혹이 지역정가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역의 한 중진 정치인인 A씨가 제3의 인물인 B모 여인을 통해 국회의원 부인에게 접근해 이른바 고해성사식으로 털어놓게 했다는 것.

A씨도 이번에 모 정당 기초단체장 공천을 신청했었고, 지역 국회의원에게 공천헌금을 건네려고 했으나, 하지만 이미 순번을 타지 못했고 미 달러화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을 눈치 챈 A씨는 지난 3월초순 해당 국회의원 부인과 절친한 B모 여인에게 부탁해 현직 단체장 부인과 거액의 공천헌금이 미 달러화로 오간 사실을 파악했다.

A씨에 따르면 B모 여인은 지역 정관계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로 자신과 절친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

특히 해당 국회의원 부인은 B여인과 모든 것을 상의하고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기자와 만나 “ 국회의원 부인과 현직 단체장 부인간 지난 2월 26일과 27일 사이 미 달러화가 든 라면상자로 거래됐다”며 자신이 B모 여인을 통해 파악한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라면상자 몇개가 전달됐는지는 함구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거래 액수는 말 할 수는 없지만 100달러(약 10만원) 지폐의 경우 100장을 한 묶음으로 하면 라면상자 1개에 어느 정도 넣을 수 있는지 계산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달러화로 하면 부피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A씨 ‘지난 2월26일과 27일 사이 거래’

1억원을 예로 들면 한화 1만원권이 1만 장이나 된다. 하지만 100달러짜리 지폐를 사용하면 1,000장이면 되고 이것도 10다발 묶음으로 1억원이 해결된다.

미 달러화는 또 환전이 쉽기 때문에 어디서나 한화로 바꿔 사용할 수 있어 공천헌금처럼 은밀한 거래에서 사용하기에는 그만인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재선을 위해 뛰고 있는 현직 단체장과 국회의원간에 그동안 불편한 관계가 계속돼 왔었다. 이 국회의원은 심지어 자신의 측근들에게 “공천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쳐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2월말을 깃점으로 지역정가에서는 국회의원과 해당 단체장간 갈등이 해소됐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시 이 단체장 측근들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더구나 본격적인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정가에서는 ‘둘 사이 거래가 끝났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A씨는 지난 3월 중순 문제의 단체장을 뺀 예비후보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이 파악한 부인들간 은밀한 거래사실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만난 A씨는 자신이 언급한 내용은 의혹이 아닌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선거 때마다 공천을 둘러싼 금품수수 소문이 나돌기는 했으나 이번 사례처럼 당사자의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처음이어서 사법당국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