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보건진료소 통폐합 은밀 추진 논란
소장 “주민들에겐 비밀”…시 “검토단계 아니다”
2009-01-13 시민의소리강성관 기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농어촌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진료보건소다. 때문에 단순한 이용 건수만을 내세운 통폐합 논의는 자칫 의료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폐합이 추진 되고 있는 곳은 봉황면 만봉진료소다. 이 곳은 지난해 폐지가 논의되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 나주시의 지원을 전제로 존치하기로 결론 난 바 있다.
나주시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진료소 통폐합에 대해 내부 검토 단계도 아니다”면서 “지금은 통폐합 여건이 안된다”고 밝혔지만 나주보건소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만봉진료소 김모 소장은 통폐합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특히 김 소장은 신정훈 나주시장까지 언급하면서 통폐합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김 소장은 “이용 건수가 낮아져 지난해 폐지 논의가 있었고 시 지원으로 의료 장비를 보강했지만 큰 변화가 없다”면서 “진료 건수가 낮다보니 운영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거나 다른 방안이 있다면 계속 존치하기를 바란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통폐합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주민들도 통폐합을 원하는 여론이 높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고 기자가 질문하자 “관할 지역 이장들만 알고 있다, 운영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에게는 비밀”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일 만봉리 1구 주민들은 통폐합 추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60대 한 주민은 “작년에 없애려고 하다가 우리가 반대해서 그대로 있기로 했다”면서 “통폐합한다는 말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왜 없애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한 협의회 회원은 “협의회 자체를 하지도 않았고 통폐합 이야기는 전혀 듣지도 못했다”고 말해 김 소장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는 “주민들이 만봉진료소 이용을 꺼려한다”면서 “보건소가 운영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그러니 있으나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진료소가 자체적인 노력을 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주민들이 진료소를 찾을 것”이라며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에게 쉬쉬하는 것은 반대 여론을 의식한 탓으로 보이며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결정하면서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용 건수를 이유로 통폐합이 추진 중 이지만, 건수만을 단순 비교할 경우 만봉진료소는 지난해 이용 연인원 3500여건으로 나주 소재 진료소 16곳 중 단연 꼴찌다. 하지만 관할 인구수로 대비 한다면 적다고만 할 수 없다.
만봉진료소 관할 지역 주민은 110여명, 인근 봉황옥산진료소의 경우 관하라 주민이 700여명이지만 연인원은 2만1000여건으로 인구수와 비교할 경우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보건진료소는 이용 건수 당 5800원의 지원금을 국민건강관리공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용 건수가 적을수록 예산 확보가 어렵게 되고 결국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진료소 폐지와 통폐합은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증진을 위한 특별법’ 등에 따라 지역주민과 운영협의회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