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골프장 분쟁 항소심서 기업 손 들어줘
전국 첫 골프장 인가취소 판결 1년 만에 번복
2008-08-04 인터넷전남뉴스
광주고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방극성)는 지난달 31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 태봉리 소재 클린밸리 골프장을 둘러싸고 주민 62명이 무안군을 상대로 낸 골프장 인가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군의 인가처분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법 규정을 준수했고 골프장 건설로 인한 경제적 이익과 주민들의 이익침해에 대한 이익형량을 감안할 때 인가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골프장 건설로 인한 소음과 먼지, 농약·오수로 인한 피해, 지하수 오염, 농업용수 부족 등이 우려되긴 하나 사업주체인 (주)건강나라 측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고 주민들은 발생 가능한 피해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인가처분이 지자체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제적 이익보다 생존권 침해와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이 크므로 상당한 자금이 들었더라도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1심 판결과 배치되는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공정률 30%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던 골프장 건설이 1년여 만에 재개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심 때와는 사뭇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태도를 바꾼 재판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생존권과 환경 파괴로 인한 손실을 고려치 않고 골프장 허가를 내준 것은 위법이라며 국내 첫 골프장 인가취소 판결을 내렸던 재판부가 절차상 하자가 없고 피해증거가 부족하다며 2심에서 판결을 번복한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김광훈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1심 판결 이후 무안군의 사례를 배우겠다며 골프장 분쟁이 일고 있는 전국 각지에서 찾을 만큼 판결의 의미가 컸었다”면서 “법원이 경제논리를 들어 기업들 편만 들다가 골프장 포화상태로 인한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골프장 판결에 더욱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법원이 돌연 친기업적인 판결을 내리며 태도를 바꾼 이유로 ‘절차상 하자가 없고 주민들이 내세운 피해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든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1심 판결 이후 반대하는 주민들을 보상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느라 무진 애를 쓴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주민들에게 골프장으로 인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피해까지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하라는 것은 증거법정주의라는 틀 안에 빠져 공익과 사익의 충돌에서 언제고 주민들은 기업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법원이 스스로 제시한 셈이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골프장 건설 분쟁 중이거나 인허가를 앞둔 전국의 골프장 건립 지역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편 무안군 청계면 태봉리 주민들은 1심 판결 이후 허가 취소로 곤란한 위치에 처하게 된 무안군청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사측의 회유로 많은 이들이 반대 운동에서 이탈해 상고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