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후보 보증을 선 한국교회의 앞날

기득권 세력이 된 한국교회 세상 위에 군림하다

2007-12-16     정거배 기자
이번 대통령 선거가 유난히 논란이 많은 이유가 또 한가지 있다. 한국교회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대형교회 일부 목사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해 왔다는 점이다.

설교 시간에 특정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이 수위를 넘다보니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위반으로 고발 당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뿐 만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이라는 단체 대표(목사)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해 언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또 다른 목사는 어떤 종교집회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해 방송에서 논란이 됐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정치군인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자 정치목사들의 시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렇게 일부 목사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자 다른 목사들은 또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목사들도 두패로 갈라진 것이다.

한국의 교회 전체라고 매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형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수준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한국교회의 구성원인 교인들은 조용한데 목사들이 설치는 것이 과연 성경적인 것 모습인가는 나중에 판단 할 사안이다.

하지만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운 것은 이렇게 해서 목사들이 지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됐을 때부터 문제가 된다.

목사들이 교인들 앞에서나 언론을 통해 노골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른바 국민 앞에서 후보의 보증을 선 셈이다.

그 후보가 나중에 대통령으로 선출돼서 정치를 잘하고 국가를 잘 경영하면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보증을 선 한국교회도 세상에서 등 돌림을 당한 채 침몰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역사를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국교회는 일제치하에서 3ㆍ1 독립선언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일제 압력에 못이겨 한국교회는 대다수 지도자들이 신사참배를 하게 된 오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독재시대는 또 어떤가? 한국교회는 독재정권 시절에 각종 특혜를 받으며 이른바 공생관계를 형성했다. 독재에 신음하는 역사의 부름에는 모른 척 하거나 소홀히 해 왔다. 일부 양심적인 목사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지난 70년대초 일부 목사들은 독재자 박정희 종신집권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유신헌법 제정한다고 하자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80년 5월 광주의 피를 묻힌 전두환이 권력을 잡자 또 일부 목사들은 전두환 국가보위입법회의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독재자의 앞날에 예수님께서 축복해 달라고 기원했다.

독재자들은 목사를 인정해 적당히 특혜를 주면서 취약한 지지기반을 보완했고 목사들은 독재자를 위해 기도해 주면서 공생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행각을 했던 목사들 일부가 지금 한국교회의 지도자 위치에 있는 점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목사들 입장에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그동안 받아온 특혜의 폭이 줄어들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남북 긴장분위기가 완화됐다.

대미 관계도 과거 지지기반이 취약한 독재정권과는 달리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대중 정권 때인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한국내 반미 감정은 높아졌다.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다가 목사들 입장에서 정권이 목사들은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시대상황이 한국교회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반북한 친미 이데올로기’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한국교회 정확이 말하면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은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립학교법 개정이었다.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 개정에 맞서 한국교회는 종교탄압, 종교자유 침해라며 반발했다. 목사들이 삭발하며 단식하며 순교하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법 재개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하고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다수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한국교회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이다.

특히 서울시청 앞 집회에서는 성조기를 흔들며 현 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이라며 공격했다.

며칠 있으면 성탄절이다. 예수님은 세상을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왔다.

억눌리고 가난한 자,약한 자, 병든 자들을 위해 예수님은 왔건만 한국교회는 이미 권력집단이 돼 있다.

한국교회는 이미 우리 사회의 무소불위의 기득권 세력이 돼서 세상을 공격하고 압박하며 세상 위에 군림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통령도 교회가 간택하게 된 상황까지 왔다.

정부 수립 이후 기독교인 출신 대통령이 2명이나 된다. 이승만 장로와 김영삼 장로다. 한 사람은 정권의 부정부패로 4ㆍ19 혁명을 통해 무너졌다.

또 한 사람은 자신의 아들 부정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었고 임기말에는 IMF체제로 국민들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성경에 예수님은 교회를 향해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자 세상이 교회를 향해 엄청난 비난과 조롱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여름 아프칸 피랍사태였다. 적어도 한국의 세상사람들은 납치한 텔레반 세력, 강도를 비난한 게 아니라 강도만난 기독교,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교회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2007년 평양대부흥 백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유난히 부흥을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부흥은 줄어든 기독교인 수가 다시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진정한 부흥은 교회가 하나님 말씀 위에 바로 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