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⑪]중국의 부상, 우리에게 기회이자 도전
양국이 윈-윈,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필요
2015-03-24 정거배 기자
중국의 부상은 곧 우리에게 있어서는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왜 중국인지는 중국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2천 년 이상 국경을 맞대고 살아온 한반도는 역사 이래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대륙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 이런 영향력은 이제 ‘잠에서 깨어난 사자‘ 중국이 부상하면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추가되면서 앞으로 우리에게 미칠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했다는 한글의 70%는 중국 한자 어휘에서 인용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성씨 뿐 아니라 설(춘절)이나 추석(중추절)을 포함한 입춘과 청명 등 각종 절기도 중국대륙에서 흘러 들어왔다.
지난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교역규모는 2013년 기준 26%로, 미국과 일본의 것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는 놀라울 정도로 짧은 기간에 경제적으로도 중국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경제 분야, 중국의존도 심화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에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1주일에 950여 편에 이른다.
양국 간 이처럼 많은 항공편은 세계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양국 간 교류와 교역 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 중국의 상황에 따라 한국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는 직접적이고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이제 중국의 흥망성쇠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아닌 상대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대비를 하듯이 중국을 깊이 이해해야 적절한 대책과 방법을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중 양 국 정상들이 합의한 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슈퍼 파워 중국의 부상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였다. 중국은 세계 역사상 전통적으로 강대국이었다. 적어도 1840년 아편전쟁을 계기로 서구와 일본 등 제국주의의 침탈이 있기 전까지는 중국은 세계제국이었다.
인류가 종이를 발명하기 전까지는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은 벽화나 아니면 대나무 등 목각, 양가죽 등을 이용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종이와 나침판, 화약을 세계 최초로 발명해냈다. 중국의 종이발명은 서양으로 전해졌고 나침판 역시 서양으로 전파되면서 원양항해가 가능해진 것이다.
저무는 미국, 떠오르는 중국
아편전쟁 이전까지 청나라의 경우 GDP(국내 총생산)상으로 세계 35%를 차지했다고 한다. 지금의 미국이 전 세계 GDP 점유율이 20%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세계제국으로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중국은 2천 년 동안 거의 지금의 국경선이 변한 적이 없을 정도로 제국이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당나라 시대(우리의 삼국시대)에는 비단길을 통해 또 다른 세계제국 로마와 교류를 했다. 당나라의 수도 서안(장안)은 100만명에 달하는 인구 중에 유럽인 등 5만명의 외국인이 체류하던 국제도시였다.
지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초에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몰락을 지켜 본 세계는 중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소련공산당이 권력을 내려놓자 이제 중국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의 학자들은 앞다투어 중국 붕괴론에서부터 시작해 9개 국가로 해체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내놓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이는 서양의 시각, 서구 자본주의 시각으로 봤던 그들의 주관적인 시각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왔던 세계질서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으로 넘어왔다.
미국이 주도한 군사력을 앞세운 패권적 세계질서는 중동과 아시아, 남미 등 많은 상처와 분쟁의 씨앗을 남겨왔다. 이제 서구의 시대가 가고 동양의 중국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패권시대의 종말 예고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연 평균 10%의 성장을 계속해 왔다. 중국과 미국의 양국체제를 가리키는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 오래됐고 ‘팍스 시니카’라는 중국이 주도한 세계평화를 가리키는 용어까지 생겼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그동안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를 좌지우지 해 왔던 미국이 가장 불안해 하고 있다. 미국이 911 사건을 계기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한 것도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미국은 지난 70년대 후반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자, 소련에 대항하는 아프칸을 도와 지금의 텔레반을 키워 놨다. 1980년 이라크와 이란이 전쟁을 하자 미국은 독재자 후세인의 이라크에 각종 무기원조를 하며 도왔다. 그런데 미국은 20년 뒤에 아프칸과 이라크를 테러와 전쟁의 먹잇감으로 삼았다.
지금 중국의 부상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는 것에 보듯이, 미국의 위축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질서의 재편이자 미국중심 세계체제의 해체를 의미한다.
최근 중국이 주도해 창립을 앞두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여부를 놓고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신중론을 주문하며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반대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과 호주 등도 가입하는 쪽으로 기울자 대세를 읽은 미국은 한발 물러섰다.
AIIB 창립, 중국 주도 새 경제질서 예고
이와 관련 얼마 전 중국의 한 언론에서는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월 18일자 보도에서 "AIIB 경쟁서 중국이 미국을 눌렀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이 제안한 AIIB는 시작부터 미국의 반대에 부딪혔다"며 "수년 전 같았으면 중국은 이런 결심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유럽국가들이 AIIB 가입을 선언한 것은 "중국의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중국은 AIIB 경쟁에서 미국을 이겼고 동시에 중요한 미래 권리를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회원국은 35개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을 맡은 진리췬(金立群)은 최근 중국발전고위포럼에 참석해 3월 말까지 신청을 받는 창립회원국이 35개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이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그동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왔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기능과 역할을 쉽게 따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공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그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만을 해 왔다. 세계 각 국가에서 소비하고 공산품의 60% 이상의 중국산이다.
그런데 이제는 ‘세계의 공장’ 역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4억이라는 거대한 인구에 힘입어 ‘세계의 시장’이 되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의 97% 이상이 이미 중국대륙에 진출해 있다.
중국이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사례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이후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계속 1위를 달려 왔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중국 판매 점유율에서 중국업체인 샤오미와 미국 아이폰6를 내세운 애플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중국 업체 샤오미에 정상을 내준데 이어 2위 자리는 애플이 차지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총 1천2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시장 점유율 3위(9.8%)를 기록했다.
그런데 창립한 지 4년 밖에 되지 않은 중국 샤오미는 1천570만대(12.8%)의 판매량을 올리며 2분기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1천34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 13.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는 4위와 5위 업체 역시 중국기업으로, 화웨이(9.7%), 5위 레노버(9.1%)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스마튼 폰 업체들이 자국 내수시장에서 경쟁력 키운 다음 해외로 본격 진출하게 되면 결국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기업들과 경쟁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