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남도민에 대한 '언어폭력'과 도지사에 '물폭력' 차이
'물세례'발단 성찰 없는 마녀사냥식 비난 성명 유감
2013-01-24 정거배 기자
한쪽은 있을 수 없는 ‘폭력 또는 만행‘이라며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고 한편에서는 박지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가 없었던 것이 화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어떤 폭력이던지 간에 폭력을 정당화 하는 것에 반대한다.
엄정하게 말하자면 일부에서는 지적하는 ‘민의의 전당’인 도의회에서 물을 끼얹는 것도 폭력이지만 대선 패배로 허탈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남도민의 대표인 도지사가 민주통합당 문재인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을 두고 “무겁지 못했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발언한 것도 엄연한 정신적인 폭력이다.
그는 도지사 선거 때마다 전남도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면서 지지를 부탁했고 그렇게 해서
당선된 이른바, 자질과 능력보다는 무조건 민주당을 찍고 보자는 전남 유권자들의 ‘충동적 선택’에 의해 3선의 도지사라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도민의 봉사자이자 일꾼이 되겠다고 헤아릴 수 없는 약속을 한 그가 대선 패배 후 멘붕상태에 있는 도민에게 ‘언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인해도 되는 것인가.
이번 일련의 사건의 발단은 박준영 지사가 먼저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가 지난 8일 그런 발언이 없었다면 23일 도의회 본회의장에서도 그런 물세례도 없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먼저 박준영 지사가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호남민심을 폄하한 것에 대해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국민에게 공식 사과를 진즉 했어야 맞다.
그 다음 안주용의원이 사과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두 번째는 박지사가 물세례를 받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남도청 공무원노조와 무슨 예술단체에서 안주용의원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지사가 물세례의 발단이 됐던 부적절한 발언을 할 당시에는 침묵하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지난 23일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김 현 진 위원장 이름으로 “이런 몰지각한 행위가 자유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한다는 통합진보당의 실체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폭력은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200만 도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3천여 공직자의 인격을 무시한 안주용 의원은 도민과 공직자 앞에 머리숙여 사죄하고 즉각 자진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바로 이 대목을 그대로 발단이 된 박준영지사의 발언과 관련한 비난성명에 그대로 활용해도 무리가 없을 법도 하다.
도청공무원노조가 도지사 박준영 개인의 심복이 아니라 전남도민의 심복이라면 이런 성명을 낼 법도 했는데 말이다.
이날 전남도 역시 안주용의원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 중에는 “안주용 의원은 정의로운 민주시민이라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우리 전남도민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 역시 “안주용의원” 대신 “박준영 지사”를 삽입해도 무방한 것 아닌가?
다음날인 24일 민주통합당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도의회도 안의원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안주용 의원은 정의로운 민주시민이라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우리 전남도민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았다.민주주의 역사에 너무나 큰 오점을 남긴 심각한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도민의 대표인 도지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점에 대해 도민 앞에 사과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준영지사의 발언으로 전남도민들의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던 당시에도 “민의의 전당”을 차지하고 있었던 전남도의회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었다.
‘민의의 전당’인 도의회가 도지사가 도민에게 폭언을 한 것에 대해 어떤 항변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다면 이것 역시 폭력을 용인하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인 것이다.
한편 박준영 지사는 1월 8일 광주 MBC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에 출연해 이번 18대 대선에서 호남 지역민들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에 대해 “무겁지 못했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대선 이후 호남지역의 투표 결과에 대해서 호남지역의 고립이 우려된다는 얘기가 있고, 호남민들이 스스로가 멘붕상태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치유와 힐링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는 앵커의 질문에 “저희들도 무거워져야 된다고 본다. 그때 그때마다 감정에 흔들리거나 충동적인 투표 행태를 보이면 정부와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