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토호 중심 지역정당, 바뀌지 않는다…박준영 징계할 수 있나
박준영의 오만함에, 민주당의 미래를 본다
2013-01-10 정상근 기자
박준영 전라남도지사의 ‘충동적 투표’ 발언에 민주당이 발끈했다. 자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번 대선에서 자당 후보(문재인 후보)에 표를 몰아준 호남의 표심을 폄훼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유감’의사를 표명했다.
일단 박 지사가 유권자의 표심을 두고 ‘충동적’이란 평가를 운운한 것은 매우 오만한 태도다.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에 90% 가까운 몰표가 나온 것과 경북에서 박근혜 후보에 70% 이상이 표를 몰아준 것 모두 유권자의 선택이며 이에 대해 표를 받는 정치인이 ‘충동’ 운운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태도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민주통합당은 자당의 호남 의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30석의 호남의석을 보장받은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에서 일부 의석만 점유해도 원내 2당이 어렵지 않다.
이것이 민주통합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자생적 개혁을 막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해 10월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으로 의석수를 할당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호남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뒷말이 오갔다. 당장 자신의 정치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쉽게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영남 의석수 67석에 조금 덧붙이면 원내 1당은 맡아놓은 당상이다.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대중정당의 형태가 아닌 지역정당이라는 기형적 형태가 빚어낸 사실상의 양당제, 지역 토호중심의 기득권 형성과 유지, 이것이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이 폐해는 너무 쉽게 드러난다. ‘충동적 표심’ 운운한 박준영 지사는 지난 2009년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한 4대강 사업에 대해 도지사로서 찬성한 바 있다.
당시 박 지사는 영산강 살리기 준공식에 참석, “대통령님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이 전 세계에 번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극찬하기도 했다.
노동자·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던 민주통합당은 임금체불·노동탄압 등으로 전주시내버스노조가 파업할 당시 마냥 손을 놓고 있었다.
전주시장이, 지역구 의원이 민주통합당 소속이었음에도 변한 것이 없다.
최근 새해 예산안 통과과정에서도 이 폐해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선심성 예산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고 예산 통과 직후 곧바로 해외로 떠났다. ‘내 지역구만 챙기면 차기 선거는 문제없다’는 인식이 한국정치의 ‘알파와 오메가’다.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민주통합당은 사실 바뀔 수 없는 정당이다. 박준영 지사가 4대강을 찬성했어도 박 지사는 다시 전남도지사에 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됐고,
자당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폄훼했음에도 민주통합당은 박 지사를 징계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대변인은 “이 발언으로 큰 상처를 입은 지지자와 호남인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징계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호남 기득권을 운운하며 민주당에서 분당했지만 결국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소멸되고 도로 민주당이 태어났다.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던 친노그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호남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민주당은 17대 대선에서도, 18대 총선에서도, 19대 총선에서도 호남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2위’를 유지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을 믿어줬다. 호남에 거주하는 88만원 세대도, 노동자도, 농민들도 민주통합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호남의 노동자·서민·농민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민주당이 봐야 할 것은 호남의 노동자·서민·농민이지 호남 기득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