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득 목포시장, 시의회 회의 도중 모욕발언 파문
조요한의원 질문 도중 ‘설교하는 거요? 퇴장하겠다’...시의회, 적절 대응 못해
2006-12-22 정거배 기자
시의원이 시정질문을 하는 도중에 시장이 평소 성품인 격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면서 질문을 막는 등 일대 소동이 발생한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회는 예ㆍ결산 심의와 승인 등 주요 집행부인 자치단체의 시책추진과 관련 자료제출과 출석,답변을 요구 할 수 있는 조사권한이 주어져 있다.
또 법 37조에는 ‘자치단체장과 관계공무원은 지방의회나 위원회에 출석해 행정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고 질문에 응답할 수 있고, 지방의회나 해당 위원회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출석·답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법률적 근거로 한 해를 마감하는 지방의회 정례회는 새해 예산안 심사 뿐 아니라 한해동안 추진해 온 자치단체의 각종 시책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본 회의장에서는 시정질문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21일 목포시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정종득 시장, 이종범 부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을 출석 시킨 가운데 시정질문이 계속됐다. 물론 지역 케이블방송으로 생중계 되고 있었다.
조요한 의원은 이날 회의장 앞에 설치된 발언대에 서서 목포시 복지예산과 관련한 보충질문을 하고 있었다. 시의원이 질문을 마치면 시장 등 시 공무원들이 이 자리에 서서 답변을 하게 돼 있다.
조 의원은 “정보통신부에서 3년 동안 70억원을 투자하는 IT특화연구소가 순천대로 배정됐다”며 목포시의 투자유치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남해안발전특별법안 3개 관련법을 언급하며 “(목포시가)손 놓고 있으면 경남이나 여수지역 중심으로 발전계획이 세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영산강 강변도로의 경우 당초 계획은 나주대교에서 영산강 하구언까지였으나 최근 기획예산처에서 확정한 공사구간은 몽탄대교까지로 축소됐다며 집행부의 안이한 행정을 지적했다.
조 의원의 발언골자는 한정된 시 예산은 각종 투자사업에는 절약하고 국고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대신에 복지분야에 투입했으면 한다는 취지였다.
이런 내용의 질문 도중 본회의장 시장석에 앉아 있던 정종득 시장은 1차로 “안건과 무슨 관계가 있소‘하고 큰 소리로 항의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사회를 보는 박병섭의장도 당황했다. 발언대에서 조 의원은 ”발언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정 시장에게 맞섰다.
또 3분 정도 질문이 이어지자 정 시장이 다시 “노인복지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하며 격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안경까지 벗으며 재차 큰 소리로 말했다.
이어 정 시장은 “지금 설교하는 거요? 그러면 나 퇴장하겠소”하며 다시 분개한 것이다. 박병섭 의장이 “지금 조요한 의원은 의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장에게 자제를 촉구하며 정회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지난 91년 시의회 출범 이후 보기드문 소동이 발생한 것이다. 아마 전국적으로도 지방의회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회 직전 강성휘 의원은 발언을 통해 “발언대도 아닌 좌석에서 정 시장의 언행은 시의회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며 납득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회 선언 직후 정 시장은 시 간부공무원들과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조요한 의원을 겨냥 더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이날 오후에 열린 회의에서 정종득 시장은 발언대 앞에 나와서 “조요한 의원이 본질문과 관련없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요지로 해명에 무게가 실린 듯한 사과를 하는데 그쳤다.
이런 소동 때문에 결국 이날 오후 예정된 마지막 시정질문과 답변순서는 취소됐다. 공설시장문제 등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의원들의 준비된 보충질문 순서였지만 박병섭의장은 이날 오후 회의일정 취소를 선언하고 집행부측에 서류답변을 요구했다. 오후에 질문 할 의원들이 이런 분위기에서는 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정 시장의 격노로 목포시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피해 가는 호기로 작용해 버렸다.
다음날인 22일 이날은 올해 정례회를 마치는 마지막 날이자 목포시 새해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고 폐회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회의 도중 조요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까지 신청했다. 전날 있었던 정 시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지만 발언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결국 시의회는 올해 정례회를 마감했다.
지방의회 공식 회의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헤프닝이 아니라 평소 정종득 시장이 의회를 보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의회 안팎에서 일고 있다.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시장이 정해진 지방의회 법적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언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동안 시의회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의회 위상과 대외적인 이미지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결의문 채택 등 적절한 움직임이 있기는 커녕 서둘러 무마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A의원은 “의원들간에도 친시장파가 많아 적절하게 대응하지도 못하게 된 것 같다”며 “챙피 할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목포경실련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의회 시정질의 과정에서 보여준 목포시장의 태도는 지방의회의 권능을 존중해야 하는 행정부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시의회 의원들도 특정 의원과 시장 사이에 생겨난 우연한 일로 생각해서는 안되며 의회가 평소에 최선을 다해 견제기능을 했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