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쌀’ 지어봐야 손해

가격 하락..생산량 비해 소비량 적어

2006-11-24     시민의소리
전남도를 비롯해 자치단체들이 친환경 농업만이 살 길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각종 친환경 쌀이 정부의 공공비축미 가격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저농약 쌀이 정부의 공공비축미 가격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 시장 개방과 정부의 양곡제도 개편으로 친환경 쌀 생산이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농가의 소득증가에는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농협 RPC에서 이뤄지는 올해 산 친환경 쌀의 매입가는 1포대(40㎏)당 ▲저농약 4만7천원~4만9천원 ▲무농약 5만7천~6만원 ▲유기농 8만4천원선이다. 특히 저농약 쌀의 경우 올해 정부가 수매하는 공공비축 미 4만8,450원(40㎏, 1등급)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쌀의 농협 RPC 매입가와 비교해서도 1천~2천원정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일부 농민들은 친환경 농법으로 지은 쌀을 오히려 공공비축으로 파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년째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윤(41.곡성)씨는 “판로가 없어 일반쌀 대신 친환경쌀을 공공비축미로 내다 파는 상황이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했다”며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친환경 농업을 아무리 강조해 봐야 농가소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관행농법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하게 되면 적어도 20%정도 소출이 감소하게 되는데, 실제 가격은 일반 쌀값과 불과 1천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며 “타산이 전혀 안 맞다”고 말했다.

구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정정섭씨는 “판로가 막막하고 시세가 없다보니 지난해 저농약 쌀을 일반 쌀로 파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에서 저농약 쌀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 문병숙씨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보고 있지만 실제 기대와는 다르다”며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1단지(900평)에서 평균 250만원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저농약 친환경 농사를 지은 논에서는 210만원의 수익 밖에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친환경 쌀 생산에 극히 불신감을 나타냈다.

한때 ‘쌀 다수확 왕’까지 누린 바 있는 김씨는 “정확한 비교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소득 면에서 농가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도나 자치단체에서 워낙 친환경 농업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어 절박한 심정으로 따라가고 있지만, 한편으론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친환경 농법의 경우 관행농법에 비해 수확량이 20~30%정도 감소한다”며 “수확량 감소를 감안하면, 포대당 1천원씩 더 받는 것으로는 타산이 안 맞다”고 말했다. 김씨는 “관에서 하라는 대로 한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며 “친환경 농법으로 하더라도 농촌 실정에 맞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농림부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10일 현재 ‘2005년산 친환경 쌀 재고량’은 무려 8천 182톤(5만6,819석)으로 ▲무농약 인증쌀 4,260톤 ▲전환기 유기-유기인증 쌀 3,922톤이 판로를 찾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친환경 농산물의 판로문제는 2005년부터 유기인증 쌀이 생산량의 약 10%, 720톤 가량이 재고 처리된 것을 시작으로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는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량이 연간 60~80%(곡류 100%이상) 증가하는 반면, 소비량 증가는 30~40%대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촉을 위해 무작정 가격을 인하할 경우 생산농가의 소득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친환경 농업 육성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국적으로 친환경 쌀을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다 팔았다”며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할 경우 일부 수확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이 높아 그만큼의 수익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농약과 유기농 쌀은 월등히 높은 가격을 받고 있고, 저농약 쌀의 경우도 친환경 장려금과 농자재 지원 등을 감안하면 실제 포대 당 2,730원 정도의 농가 소득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쌀 시장이 개방된 시대를 감안하면 고품질 농산물로 차별화해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