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이 감투에 목숨 건 이유
일부 인사들 선거때만 ‘봉사’ 외치고...당선되면 잿밥에 눈 멀어
2006-07-13 정거배 기자
우선 지방의원의 입장에서는 정치세계에서 자리가 자신의 몸값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경력을 쌓는데 주력하게 되는 것이다.
향후 각종 선거에서도 자신의 경력을 이용해 몇 계단 올려 도전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의원으로 있는 것보다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직을 맡는 것은 금전적인 수입을 떠나서 자신의 정치적 무게를 더하게 되는 요직인 셈이다.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에 목을 맨 이유는 또 있다.
감시대상인 자치단체와 관계에서도 일부 지방의원들이 인사와 공사 등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해당 자치단체를 상대로 공사계약과 납품, 공무원 인사 분야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례는 의장단 뿐 만 아니라 지방의원 모두에 적용된다고 봐야 정확하다.
현행 관련 규정상 지방의회 의장에게는 전용 승용차와 운전원, 그리고 비서가 배치된다.
또 별도의 의장실이 제공돼 해당 의회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위상 외에도 의회사무국 직원에 대한 추천권한까지 주어진다.
의회 사무국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형식적으로는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있지만 추천권한이 의장에게 있어 사실상 인사권을 갖게 된다.
특히 의장은 대내외적인 각종 공식 행사에 의회를 대표해 참석해 지역유지로서의 대우를 받는다.
또 지방의원 유급화로 봉급 외에 매달 업무추진비가 지급된다. 목포시의회의 경우 의장은 매달 230만원, 부의장 100만원, 상임위원장에게는 70만원의 업무추진비가 별도로 지급된다.
이와함께 의장과 부의장,상임위원장에게는 별도 사무실이 주어진다.
이들에게는 이같은 외형적인 대우 외에도 음성적인 것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요청한 각종 예산안 심의나 현안사업 승인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예산안 심의를 요청한 자치단체는 삭감없이 당초 계획대로 통과시키기 위해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로비를 하는 경우가 일상화됐다.
심지어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로비과정에서 각종 이권제공과 금품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례는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뿐 만 아니라 모든 의원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목포시의원을 지낸 A씨에 따르면 “관련 예산 심사를 앞두고 만나주지 않자 해당 부서관계자가 늦은 밤에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과 같이 해당 자치단체 시책전반에 관해 지방의원들이 질문하고 집행부의 답변을 듣는 회의 때는 더 가관이다.
규정상 의원들은 집행부가 충실한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자신의 질문요지를 정한 기한 내에 미리 자치단체로 통보하게 돼 있다.
그런데 난감하거나 주민여론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찾아와 “제발 그 질문을 빼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에 대한 소신보다는 자신의 이권과 감투라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형국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방자치법 33조에는 “지방의회의원은 당해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를 할 수 없고 관련된 시설 또는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34조에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고 청렴의 의무를 지며,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위를 남용하여 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주민을 대표해 자치단체의 각종 시책과 예산집행을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시늉만 한 채 잿밥에 눈이 멀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민사회의 철저한 감시망이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