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상실위기 직면한 한화갑의 생존전략 관심
5ㆍ31이후 ‘정계개편 주도’ 행보 계속...대통령 탈당-통합 말바꿔
2006-06-07 정거배 기자
특히 한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난 2월 항소심 법원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둔 시점이어서, 자신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데 선거 이후 급변하는 정치권 소용돌이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되고 있다.
한 대표는 7일 광주를 방문해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갖고는 수권정당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고 언급한 뒤 “대통령이 탈당하면 열린우리당과 통합이 가능하다”고 밝혀 10일 전 자신의 발언을 정면 뒤집었다.
한 대표는 5ㆍ31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5월26일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더라도 우리당과의 통합이나 연합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당 대 당 통합이나 연합 같은 것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사전에 우리당과의 통합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못박고 “민주당이 원적지인 사람들은 언제든지 돌아오도록 문호를 개방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뒤 7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그는 “민주당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창조적 공존을 추구하겠으며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이 대목에서도 종전 주장과 180도 말을 바꿨다.
한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말을 바꾼 것에 대해 “우리당과 통합한다면 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선거전략상 통합은 없다고 했다는 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한 대표의 7일 광주발언은 종전 입장을 뒤집어 열린우리당과 통합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선거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을 향해 퍼붓던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양당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한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정계개편을 민주당이 주도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의원직 상실을 코 앞에 둔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양수겸장 전술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사실 민주당은 이낙연 원내대표의 지적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지역을 제외하고는 수도권에서는 참담한 패배를 했다. 5ㆍ31지방선거결과 민주당의 전국적 득표율은 민주노동당 12%에도 미치지 못한 채 9.9%로 한 자리수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현주소를 애써 외면하면서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한 대표의 행보는 주제넘은 발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권 주자 한 사람인 고건 전 총리가 민주당 입당을 하지 않는 이유 역시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한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신안과 무안 군수선거 모두 참패했다. 공천과정에서부터 불공정 논란이 일면서 민주당 군수후보의 낙선은 한화갑에 대한 지역민들의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동안 무안과 신안주민들은 “민주당은 지지하지만 한화갑은 아니다”로 압축됐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을 정도로 한 대표의 인기가 추락한 선거였다.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용균 부장판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화갑 대표에 대한 항소심에서 의원직이 박탈되는 징역10월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1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자금으로 받은 혐의와, 박문수 하이테크파우징 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같은 해 민주당 대표 경선 비용 명목으로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만약 대법원에서 항소심 선고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한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내놓아할 상황이다.
한 대표가 68세의 고령인 점과 민주당내 일각의 분위기 등을 감안한다면 대법원의 형 확정은 곧바로 정계은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위기를 충분히 예견한 한 대표가 5ㆍ31 지방선거 이후 발 빠르게 각종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알리면서 정계개편 주도발언을 강조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속뜻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