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민주당, 작년 박홍률 전격 제명 ’열린 판도라 상자‘
[목포] 민주당, 작년 박홍률 전격 제명 ’열린 판도라 상자‘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3.04.2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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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경선 임박 민주당에 진정서 접수한 여성은?
법정서 제기된 ’기획된 미투공작·박홍률 경선 배제‘ ’속전속결‘ 과정

굵직굵직한 사건의 시작과 발단에는 이유가 있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시간표를 거꾸로 돌리면 뜻밖의 명쾌한 해법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목포시장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현직 시장, 본인들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간에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악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건 시장 선거만은 아니다. 양측 간 법정 싸움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4월 27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는 박홍률 선거법 위반혐의 4차 공판이 열렸다.

박홍률 현 시장은 피고인석에, 김종식 전 시장은 증인석에 4미터 거리 대각선 상태로 마주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외면하는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듯 했다.

김종식은 정면 재판장만 응시했고 박홍률은 김종식을 비켜가는 시선을 내내 유지했다.

증언석에서 김종식은 진술하면서 유독 ’박홍률 피고인‘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그가 굳이 ’피고인‘이라고 부른 것도 의도적으로 읽혀진다. 두 사람 간 극한 감정의 수준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작년 1월 터진 김종식의 치명적 악재

두 사람의 ’악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임라인을 5년 전으로 이동해야 한다.

2018년 목포시장 선거는 당시 현직 박홍률과 민주당 김종식 간 치열한 접전이었다.

294표 차로 희비 쌍곡선이 갈렸다. 김종식은 신승했고 박홍률은 탄식했다.

그리고 4년이 흐르는 동안, 현직 김종식은 재선을, 전직 박홍률은 설욕을 준비했다.

선거의 해,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이들에게는 긴박한 시기였다.

2022년 1월 6일 오후부터 ’목포시장 부인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당해‘ ’100만원과 새우 15박스 제공‘ ’선관위, 신고받고 혐의 확인 검찰 고발‘...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를 인용한 뉴스가 쏟아졌다.

6·1 목포시장 선거를 채 5개월도 남겨 놓지 않은 시기였다.

재선을 준비해 온 김종식 시장에게는 치명적인 악재였다. 2018년 근소한 차로 당선된 김 시장에게 4년 내내 시달림이 있었다. 시중에서는 ’김시장, 여론이 안좋다‘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다.

공약 ’노인 취미활동비 10만원‘을 이행하지 않았던 것이 안좋은 여론의 근거로 작동했다.

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았던 시기, 이런 와중에 배우자가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것이다.

여론은 삽시간에 급속도로 악화됐다. 시중에서는 ’김종식은 이제 끝났다‘는 말을 쉽게 들을 정도였다.

 

은밀하게 떠돌던 '솔깃한' 얘기들

김종식측도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도 4일 뒤인 1월 10일, 김종식측은 이상열 변호사를 통해 100만원과 새우를 받고 선관위에 신고한 홍모여인을 목포경찰에 고발한다. ‘당선무효를 유도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식에 대해 악화된 여론은 반등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2개월이 지난 3월초부터 목포지역에서는 ‘솔깃한’ 얘기들이 은밀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종식쪽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술자리에서 떠돌았다. 듣는 이들은 궁금해졌다.

 

박홍률 출마 선언 이틀 후 성추행 진정서 접수

이제 타임라인을 다시 2023년 4월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법정으로 이동시키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홍률 시장에 대한 4차 공판.

이날 법정에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민원법률국장이었던 신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민주당 민원법률국은 ‘박홍률로부터 나주식당에서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한 조하리(가명)가 제출한 진정서를 처음 접수했던 곳이다.

지난해 3월 26일이었다.

이틀 전인 2022년 3월 24일은 4년 동안 와신상담한 박홍률이 민주당 목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날이다.

곧 이어질 4월은 민주당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는 피말리는 경선 일정에 돌입하는 시기였다.

민주당전남도당은 4월 2일 각 예비후보자 면접을 시작하고, 4월 19일 1차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조하리(가명)는 민주당중앙당에 진정서를 접수한 3일이 지난 뒤인 3월 29일 목포경찰에 박홍률 고소장을 접수한다.

바로 다음날 30일 낮, 목포의 한 지역신문은 이 사실을 인터넷판에 신속하게 보도한다.

 

박홍률 고소 직후 지역주간지 신속 보도 ’미스테리‘

이 신문은 조하리(가명)의 고소장을 그대로 인용, 인터넷판에 ‘목포시장 예비후보 A씨 성추행 혐의로 피소’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페이스 북 등 SNS를 통해 급속 확산되면서 목포가 술렁거렸다.

여기서 고소장을 인용 보도한 사실이 주목된다. 이는 기자가 고소인을 직접 만나 고소장 사본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통상 고소장은 상대의 혐의를 열거한 일방의 주장이다. 고소장만 보고 보도하게 되면 언론이 나중에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고소인을 직접 접촉해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로부터 고소장을 건네받아 기사를 썼다면, 기자와 그 제3자 간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민주당, 10일 만에 박홍률 제명 결정

조하리(가명)의 진정내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윤리감찰단은 3월 30일부터 조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였던 더불어민주당은 진정서 접수 10일 만인 2022년 4월 8일 박홍률을 ‘성 추행 의혹 및 2차 가해’ 이유로 제명결정을 내린다.

당내 경선에 돌입한 시기였다.

지난 4월 27일 법정에서 중앙당 신모 민원법률국장은 “2019년 5월 나주식당에 함께 갔던 진정인 조하리(가명)를 포함해 4명을 조사한 결과 3명은 박홍률의 성추행을 부인한 반면 진정인 당사자만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신 국장은 당시 민주당사에서 윤리감찰단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날 박홍률 변호인측은 2019년 5월 조하리(가명)와 나주식당에 함께 갔던 김모(여성)씨가 경찰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진술했던 진술서 일부를 지난 4월 27일 법정에서 공개했다.

동행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2019년 5월 나주에서 4명이 식사하고 헤어진 이후에도 고소인(조하리)과는 한 동안 통화연락을 했는데 박홍률이 성추행했다는 말을 (조하리로부터)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박홍률이 시장선거에 출마하려고 하자 3년 전 박홍률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그 이유도 모르겠다”

 

2018년 김종식 선거운동 제안한 주인공

이날 변호인측은 박홍률-김종식이 첫 경쟁하던 2018년 목포시장 선거 시기 조하리(가명)가 김씨한테 전화해 ‘김종식 선거운동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는 김씨의 자필 사실확인서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2019년 나주식당에 동행했던 김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박홍률을 성 추행혐의로 민주당에 진정하고 경찰에 고소한 조하리(가명)는 적어도 김종식 지지자임이 드러난다.

이날 법정에서 박홍률 변호인측은 신 국장을 상대로 “진정서가 접수된 시기를 전후해 목포에서 박홍률이 성 비위 미투사건으로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선거철에 갖가지 소문을 듣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러나 “박홍률 제명 이후에는 미투사건이 기획된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이날 법정에서는 재판장이 나서서 신 국장에게 질문했다.

재판장은 “제명된 2022년 4월 8일 이후부터 5월말 사이에 박홍률을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허위로 고소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가?”고 물었다.

신 국장은 “그런 소문을 들은 적 있다”고 답변했다.

 

성균관대 동문, 김원이·김종식·안규백

박홍률 변호인측은 이날 법정에서 신 국장을 상대로 민감한 주제도 물었다.

“목포시장후보를 당 비대위에서 제명한다면 지역구 국회의원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 건 통상적으로 있는 일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신 국장은 “현직 국회의원이 지역구 책임자이자 총괄하기 때문에 해당 국회의원의 의견을 듣는 건 당연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김원이 의원이 박홍률 제명의견을 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장은 민주당 안규백의원(서울 동대문갑)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신 국장은 “안 의원은 김종식 전 시장과 대학동문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5월경 안 의원이 박홍률 제명에 간여했다는 소문은 들었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4선 국회의원인 안규백을 포함해 김원이, 김종식 세 사람 모두 성균관대학교 동문이다.

 

김원이, "박홍률 제명에 간여 안했다"

박 변호인측은 민주당 목포시장 경선은 5월 8일 치러졌는데, 한 달 이상 남은 시기인 4월 8일 박홍률을 제명 결정한 이유를 물었다. 신 국장은 “선거가 임박해 신속하게 처리한 것 같다. 제명사유가 성폭력 의혹과 2차 가해를 했다는 이유였지만 2차 가해에 대한 조사 뿐 만 아니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논의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 변호인측은 전남경찰청이 조하리(가명)의 박홍률 고소건에 대해 2022년 5월 4일자로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한 사실과 관련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 본 뒤 징계결정을 하던지 아니면 징계를 했더라도 취소하고 경선에 참여시켜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박홍률을 전격 제명한 것은 징계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징계청원 ▲당대표 지시로 직권조사 ▲윤리감찰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징계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헌 당규의 근거를 제시하며 박홍률의 징계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 관련 규정에 명시한 ▲중대하고 명백한 징계사유가 있을 때 ▲긴급처리하지 않으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될 때 비상징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언급된 ’지역구 징계사안에 대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의견이나 생각을 당 차원에서 듣는다‘는 대목과 관련 김원이 의원은 부인했다.

김원이 의원은 지난 28일 “지난해 지방선거 때 비상대책위 체제여서 (박홍률 제명)관련 어떤 의견도 제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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