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군수 향해 좁혀지는 경찰 수사
[무안] 군수 향해 좁혀지는 경찰 수사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3.02.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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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군수 소환조사 불가피’
최근 3자 뇌물혐의, 또 다른 건 압수수색

지난해 5월 군수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무안군 수의계약 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또 다른 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와함께 지난 2018년 군수 선거 직후 군수 측근 A씨에게 2억원을 빌려주고 1년 뒤 되돌려 받았던 K씨를 지난달 19일 불러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경찰의 수사는 무안군이 발주한 수의계약과 관련해 뒷돈이 오간 사실 또는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먼저,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지난 1월 16일 무안읍 H씨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

H씨는 제3자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다. 제3자 뇌물수수죄란 쉽게 풀이하자면 ‘공직자 등에게 돌아갈 뒷돈을 제3자가 대신 받는 것’을 말한다.

H씨는 그 뒤 전남경찰청에 2차례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H씨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5월 군수선거 막판에 세상에 드러난 8억원대 수의계약 댓가로 8천만원의 뒷돈을 김산군수 후보캠프로 건네준 농공단지 H업체 대표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H업체는 지난해 5월 이른바 ‘녹취파일사건’인 8억원 수의계약 이전에도 무안군과 또 다른 건의 수의계약을 했다.

이 업체는 ‘녹취파일사건’ 5개월 전인 지난 2021년 12월 하순 무안군과 농어촌마을 하수도정비사업 물품대금으로 2억600만원의 수의계약을 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 이 업체 대표는 직접 H씨를 만나 2천만원을 줬다.

그런데 H씨와 잘 알지 못하는 이 업체 대표는 왜 2천만원을 건넸을까?

 

K실장과 N씨 통화 ‘녹취파일’

그 답은 전화통화를 녹음한 N씨의 ‘녹취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N씨와 K모 당시 무안군청 기획실장 간 통화내용이다.

N씨는 수의계약 과정에서 무안군과 계약업체 간 다리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K실장은 N씨에게 “OOO 있잖아요. OOO한테 인사하라고 하세요”라고 주문한다.

당시 계약을 한 업체측으로 하여금 H씨에게 ‘인사하라’는 얘기다. 통화내용대로 돈은 전달됐고, 경찰조사에서 이 업체 대표는 돈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전남경찰, 2천만원 수수과정 확인

H씨 역시 지난달 출석해 2천만원 받은 사실을 시인했지만 댓가성은 부인했다.

그렇다면 무안군청 K실장은 무슨 근거로 이 업체로 하여금 H씨에게 ‘인사하라’고 했을까?

돈을 받은 H씨는 이번 경찰조사에서 “K실장에게 그동안 무안군 공사계약과 관련해 어떤 부탁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산군수에게 직접 업체 관계자 명함을 건네거나 몇 차례 공사계약 부탁을 했으나 “(군수가) 들어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하면 K실장이 군수의 지시를 받고 계약업체로 하여금 H씨에게 ‘인사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K실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난데없이 ‘H씨에게 인사하라’고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군수는 자신에게 몇 차례 공사계약 부탁을 했던 H씨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K실장에게 지시를 했을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런 정황만 보더라도 경찰의 군수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20년 전 신안 고길호군수 3자 뇌물수수 사건

제3자 뇌물수수사건은 지난 2002년 고길호 신안군수 사건이다.

당시 고길호 군수가 내연녀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건설업자로 하여금 1억6천500만원을 내연녀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지난 2004년 2월, 1심 법원은 고길호 군수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죄로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고 결국 대법원에서 고길호 군수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상급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고 군수가 내연녀에게 금품을 전달해야 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고 군수가 전달하라고 지시한 진술 등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신안군 고길호군수 제3자 뇌물수수사건과 무안의 이번 건이 다른 점은 명확하다.

 

무안 의혹사건 ‘스모킹 건’ K 전 기획실장

무안 사건은 녹취파일이 혐의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실장이 N씨에게 ‘H에게 인사하라고 해라‘하며 직접 지시한 대목이다. 그런 다음 실제로 2천만원이 H씨에게 전달됐다.

이제 진실은 ’K실장이 누구의 지시로 그런 말을 했는지‘만 남아 있을 뿐 이다.

뿐 만 아니라 8억원 수의계약에 따른 8천만원 뒷돈 수수의혹 사건 역시 K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무안군이 발주한 계약은 무안군청 세무회계과 소관업무다. K실장이 세무회계과장을 제치고 액수가 큰 계약업무를 도맡아 해 온 것이다.

이같은 사실 역시 최종 결재권자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다른 의혹, 2019년 K씨-측근 A씨 간 금전거래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지난 1월 19일 군수 측근 A씨와 돈거래를 했던 K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K씨는 김산군수가 당선된 지난 2018년 6월 선거 직후 군수선거캠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측근 A씨에게 그해 8월 2억원을 빌려줬다.

A씨는 1년 뒤인 지난 2019년 10월 제3자인 두 사람의 이름으로 2차례에 걸쳐 K씨에게 계좌송금 방법으로 갚았다.

K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기 직전 군수측근 A씨로부터 ‘무안군 상하수도 사업소 물품계약’ 관련해 말한 것을 들었다.

무안군 상하수도 사업소는 지난 2019년 5월과 6월에 이어 9월 사이에 오룡지구 공공하수처리시설 사업을 포함한 무안관내 하수처리시설공사 관련 총 120억원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전남경찰은 이 시기 이후에 K씨가 군수측근 A씨로부터 돈을 되돌려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민간인 신분인 측근 A씨가 만약 무안군청이 발주한 계약에 간여했다면 최종결재권자의 묵인 또는 지시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안군은 지난 2019년 하수도 시설공사 관련 물품납품, 공사 계약 등을 대부분 수의계약 또는 제한경쟁, 지명경쟁 방법으로 입찰했다.

계약금액만 보더라도 1억원 이상인 굵직한 사업만 총 120억원에 이른다.

‘녹취파일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이 또 다른 건인 4년이 지난 K씨와 측근 A씨 간 금전거래를 들여다 보는 이유도 간단하다.

무안군이 김산군수 취임이후 공사·물품 납품 등 계약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지난해 5월 불거진 8억원 수의계약에 따른 8천만원이 뒷돈이 온 간 의혹사건과 관련, 그동안 수 차례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

이와함께 군수 측근 A씨의 통화기록에 나온 상대자들을 불러, A씨와 통화한 이유와 통화내용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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