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김원이, 패착과 한계에 관한 보고서
국회의원 김원이, 패착과 한계에 관한 보고서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1.10.19 0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투름·아마추어·존재감 위기는 어디서 시작됐나

이글은 객석에서 1년 반 남짓 무대 위의 김원이 국회의원을 지켜봐 온 그에 관한 ‘기자의 보고서’이다.

요즘 목포에서 사람을 만나면 김원이 의원에 대해 ‘재선 불가론’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불가론에 대해 서울과 목포를 정신없이 오가며 나름 열심히 의정활동 중인 당사자는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억울함’은 ‘정치’ 또는 ‘정치인’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오해와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정치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재판정이 아니다. 열심과 게으름을 평가하는 게임도 아니다.

정치란 대중이 요구하는 것,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이를 시의적절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타임라인 위에 서 있는 정치인은 결단과 선택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과의 교감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 것이다.

2019년 12월 김원이 목포 출마기자회견

동교동 사람들의 놀이터였던 목포

2020년 4·15 제21대 총선은 목포에서는 지역정치사적 의미가 크다.

목포는 1988년 제13대 총선 때 권노갑을 시작으로 김홍일, 박지원 등 30여년 동안 이른바 ‘동교동 사람들의 놀이터’였다. 권노갑이 목포에서 8년, 김홍일도 15대 총선이 치러진 1996년부터 8년을 목포에서 국회의원을 했다.

또 박지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무려 3선, 12년을 했다.

중간인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이상열 변호사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4년을 한 것을 제외하고, 목포는 ‘동교동 사람들’이 국회의원 자리를 독차지해왔다.

그러기에 2020년 4·15 목포총선에서 김원이의 등장은 지역정치사적으로 볼 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역정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지역의 새로운 의제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박지원의 프레임에 걸려들다

이제 지난해 총선으로 돌아가 보자.

노쇠한 정치인 박지원과 그동안 국회의원과 주요인사 보좌관과 비서관 경력의 신인 김원이 간 경쟁은 전국 분위기에서 이미 결론이 나 있었다.

민생당 간판으로 4선에 도전한 박지원은 애초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원이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선거전이 시작되자 박지원은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더불어민주당의 동부권 의대유치 행사에 김원이가 참석한 것을 두고 선거기간 내내 ‘30년 숙원인 의과대를 동부권에 넘겨주려는 김원이를 심판하자’며 공격했다.

목포에서 3차례 선거에 출마했을 때마다 목포대 의대유치를 공약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한 박지원은 오히려 심판의 표적을 자신에서 상대 김원이에게 전가시키는데 성공했다.

개표결과 박지원은 48%를 득표한 김원이에게 낙선했지만, 전국적으로 민생당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 37%을 기록했다.

 

허니문도 무시하고 씹기 시작한 기자들

선거가 끝났다. 선거기간 내내 ‘목포대 의대’라는 박지원의 프레임에서 시달렸던 김원이의 시간이 왔다. 시민들에게 진정 자신의 정치력과 리더십 그리고 정치적 신념을 보여줄 수 있는 차례가 됐다.

지난해 6월말 박지원의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무렵이었다.

그런데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앞둔 김원이는 갑자기 페이스 북에 ‘금귀월래를 이어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금귀월래’는 정치인 박지원의 고유 브랜드로 지역구 활동에 충실하겠다는 대중 메시지다. 박지원의 고유의 ‘정치 상표’인 것이다.

김원이의 첫 단추는 ‘박지원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집어 넣은 오류에서 시작했다.

동교동 사람들의 놀이터, 구태정치판을 끝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판을 기대했던 필자는 혼란스러웠다.

여기에 지역기자들은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김원이 당선자측을 소위 ‘씹는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열거하지는 않겠다.

박지원의 12년 동안은 ‘찍소리’ 못했던 기자들이었다.

심지어 박지원이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일부 지방의원들까지 몰고 안철수의 국민의 당으로 가도 비판기사 한 줄 안썼던 지역기자들이었다.

필자는 선거기간 박지원측이 뿌려놓은 ‘나비효과’라고 본다. 기자들을 잘 다루고 ‘대접’해 온 박지원의 투자 결과였다.

기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했던 박지원의 낙선을 당선된 김원이한테 기사로 화풀이했다.

반대로 김원이측은 정치적 능력의 수준을 드러냈다.

‘정치는 자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대상을 자신 편으로 끌어들이거나, 최소한 중간지대에 위치시키는 능력이다’

이런 모습은 김원이가 여론 파급력을 쥔 기자들을 다루고 여론을 관리하는데 서툴다는 한계를 보여줬다.

 

'의대유치' 트라우마와 상임위원회 선택

필자는 김원이가 국회 상임위원회를 선택한 결과를 보고 의아했다.

보건복지위원회를 택한 것이다. 선거기간 내내 ‘목포대 의대’ 트라우마에 시달린 결과가 아닌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현안과 파급효과, 시민의 관심과 코드가 맞는 상임위원회를 선택했어야 했다.

필자는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국토교통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요즘 국회 국정감사기간이다. 김원이 의원실이 보낸 보도자료를 메일로 받는다.

‘혈액암 환자 인구 10만명 당 44명’ ‘자살율 늘지만 심리부검 1%’ ‘5대 정신과 질환 증가’....

지역구 목포와 직접 관련이 있거나 지역민의 관심사안이 될 법한 내용이 별로 없다. 그러디 보니 지역기사로 보도할 만 내용이 없다. 상임위원회를 보건복지위원회를 선택한 결과다.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낮다 보니 국회의원 김원이의 존재감도 약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 정치인은 대중에게서 잊혀진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대중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물씬 풍긴 참모진 인선

이제 목포의 참모들, 김원이의 사람들을 보자.

정치인 즉, 국회의원의 참모들은 얼굴마담이자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한다. 대중과 지역민을 상대로 국회의원 역할을 대신하기에 그렇다.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바쁜 국회의원을 대신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그러기에 국회의원은 참모들의 활동과 역할이 의정활동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김원이는 당선되자 A씨를 지역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기초 지방자치단체 직급으로 한다면 국장급이다.

그런데 A씨는 과거 직장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직한 전력이 있다. A씨의 전 직장에서부터 부정적인 얘기가 나왔다. 또 다른 한편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이 갑질하고 다닌다’는 말도 들렸다. A씨는 김원이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김원이는 국회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목포지역위원회 위원장이다.

지역위원회는 명칭만 바뀌고 법적으로 폐지된 과거 지구당이다.

그런데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에 40대 초반이자 초선 시의원인 B씨를 임명했다.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정당활동 경력도 적지 않고 무게감이 있어야 하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이른바 ‘발이 넓은 사람’이 적격이다.

그러나 김원이는 정반대를 택했다.

지역보좌관, 지역위원회 사무국장, 정책실장 간 불화도 계속됐다.

지역보좌관은 평소에 무슨 일을 하는지 사무국장, 정책실장이 알지 못했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 김원이 내려올 때면 얼굴을 내비쳤다.

 

지역 연고도 없는 ‘은둔형’ 보좌관 임명

김원이는 임기 1년이 지날 즈음인 몇 달 전 논란이 일던 지역보좌관을 교체했다. 최근 사무국장도 목포시 공무원 출신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포와 연고가 거의 없다시피한 Y씨를 지역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무안 청계에 있는 목포대만 다녔을 뿐 목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목포처럼 지방일수록 인적 네트워크의 핵심은 학연과 지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Y씨는 지난해 선거 때 캠프에 합류했다. 당연히 지역정서를 파악하는데 서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사람을 만나 소통하려는 사교성도 떨어진다.

지역보좌관이 새로 교체됐어도 주변 기자들에게 확인해보니 ‘통화한 적도, 만난 적도, 차 한잔 나눈 적도 없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얼굴마담, 대변인 역할을 하는 지역보좌관에 대해 기자들은 관심도 없다.

 

‘리더로서 경험 부족’ 극복 과제로

얼마 전 지역환경단체 관계자가 전했다.

“김원이 의원한테 지역이슈인 삼학도 호텔건립에 대해 입장을 물었더니, 그건 지방자치 분야여서 자신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요지로 말하더라”

김원이 국회의원은 정기적으로 목포시와 당정협의회를 한다. 목포시장과 국장 등 간부들이 참석하는 협의체다.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의 현안을 공유하고 국회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다.

삼학도 호텔 건립 문제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는 김원이의 모습을 보고 ‘현안 뒤에 숨으려는 무책임한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년이 넘는 시간, 국회의원 김원이를 지켜봐 온 시민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목포시의회 안팎 등 지역정가에서도 ‘김원이가 서툴다’는 말이 나온다. 지역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 등 주요인사 ‘보좌만 했지 결단과 선택의 위치인 리더로서의 경험 부족’을 꼽았다.

그러기에 ‘차기 총선에서 김원이 재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