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편집장 칼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9.01.2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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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지인' 손혜원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간과해 버린 것들 -


30여 년 간 목포에 살면서 나름대로 목도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수도권 등 타 지역에 가서 한동안 살았던 목포 출신사람이 다시 목포로 낙향한 모습이다.
그러나 내가 알거나 들었던 낙향 사례 중에서 ‘성공해서 돌아온 사례’를 이제껏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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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다가 잘못돼서, 이혼 당해서... 등등 아무튼 성공해서 고향 목포발전과 도약을 위해 살겠다며 돌아오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
각종 선거 출마를 위해 고향 목포를 사랑한다며 목포에 왔다가 당선돼 임기 끝나면, 아니면 선거 낙선하면 그길로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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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호남선의 종착역이자, 수도권에서 보자면 땅끝이다.
어떤 미친 놈이 목포에 공장을 세운다고?
그래서 특히나 목포의 젊은이들은 ‘목포 탈출’을 꿈꾼다. “서울에 먹고 잘 곳만 있으면...“하면서 말이다. 목포는 그런 곳이다. 잊혀진 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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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병란교수는 일찌기 시 <목포>를 통해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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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구도심 일대 빈집을 ‘외지인’ 손혜원이 그것도 20채 넘게 사들였다.
어떤 이들은 도시재생이든 문화재 보존사업이든, 그 이익이 토착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이론적으로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목포구도심은 토착민인 목포시민들도 외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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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껏 목포에서 돈 좀 있는 분들이 ‘제주도에, 세종시에, 수도권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술자리에서 “서울 강남에 아파트가 있다”며 자신의 부동산 투기를 자랑 하던 이를 마주 한 적도 있다. 듣는 나도 인간이라 배가 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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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켜본 목포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부터 시장, 지방의원 선거 때마다 모든 후보들은 구도심 활성화를 공약으로 지겨울 정도로 내세웠다.
선거 때마다 아니면 각종 행사 인사말에서 목포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목포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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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제인, 정치인, 목포에 돈 좀 있는 분들이 목포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그 곳에 부동산을 샀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수도권, 제주도에 비해 부동산 가치가 없는 것 뻔하기에, 그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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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는 그동안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수천억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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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부동산을 외지인이 사들였기에, 그에 따른 이익이 토착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은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토착민들이 못한 일을 외지인이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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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채 이상을 샀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기존 부동산 투기사례를 바라보는 시각과 같은 잣대로 외지인 손혜원에게 들이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 저변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보가 작동되고 있다.
외지인 손혜원이가 다소 절차에 있어서 목포시민과 소통 내지 공론화가 미흡했다고 해서 전부를 부정하는 건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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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좋아하지는 않지만 삼성그룹 이재용씨가 목포 구도심 일대를 모조리 사서 ‘뉴타운 개발’을 하든 ‘문화유적지 보존사업’을 하든지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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